[외환초점] 엔/원 추가 하락 용인하나

엔/원 환율이 29개월만에 100엔당 1,000원 수준 아래로 내려섰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 직접적인 물량 개입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업계 등 재계에서 일본과의 수출경쟁력을 주장하며 100엔당 '1,000원'선은 유지해 달라는 요구와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정부의 입장은 현실적으로 일본과 펀더멘털의 차이나 실제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 수준이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 동향에 최대한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이월된 물량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상승할 때 상승방향은 따라갈 수 있지만 상승 속도에선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언제까지 이를 용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해 시장 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정부, 겉으론 직접개입 계획 없다는 입장 = 이날 재정경제부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며 "정부의 구두개입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실질적인 물량 개입은 필요하지 않고 엔화와 원화가 방향만 어느 정도 맞춰주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엔/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일시적으로 100엔당 1,000원을 밑돌았으며 전날 29개월만에 1,0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시장 심리도 '1,000원'에 대한 경계감이 누그러진 상태다. 그러나 국책은행을 통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가 구두로 개입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편한 모습은 아니다. 정부 나름대로 엔/원의 급락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국책은행이 강하지는 않지만 계속 매수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도 경계감은 있으나 아직까지는 공황(패닉) 상태에 빠져들 정도라기보다는 감내할 만한 수준인 듯하다"고 말했다. ◆ 달러/엔 하락 동조 여부 주목 = 이날 엔/원 환율은 장중 100엔당 993원선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엔대로 진입하는 등 강한 하락 조정이 이뤄지면서 달러/원도 낙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개입'보다는 당분간 지켜보면서 엔/원에 대한 '관리'쪽에 치중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가 연초부터 이어지면서 물량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섣부르게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998년 9월에도 1,000원 밑을 거닐었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입 명분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딜러들의 시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국책은행을 통한 매수세가 있으나 미미하고 '티'만 내는 정도"라며 "엔/원 1,000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대규모의 물량 개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구두개입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는 달러/엔과 방향을 같이 맞추겠다는 의미"라며 "당장 수출 등을 감안해도 상징적으로 원-엔 10 대 1 비율을 지킬만한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엔이 급격히 약세를 보이는 데도 원화가 절상되는 경우를 빼면 당국의 대규모 물량 개입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엔/원의 적정한 수준이 어디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달러/엔이 하락 조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관리'가 강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달러/엔이 추가 하락 조정된다면 이에 따른 달러/원의 하락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