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株價 뜨면 만사형통?
입력
수정
"우리나라는 주가만 뜨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잖아요"
4일 출근길에 만난 공무원의 득의만면한 새해인사였다.
연일 ''황소 장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가 정부 관계자들에게 더없는 ''가뭄끝의 단비'' 아니냐는 얘기가 이어졌다.
그 공무원 말대로 주가는 연초부터 ''멋지게'' 상승하고 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작년 12월21일 한차례 조정받은 것을 제외하면 19일부터 열흘 연속 상승장이다.
상승폭은 10%에 달한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문제로 고초(?)를 당했던 해당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랠리가 새해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을 성싶다.
공적자금을 받은 조흥은행을 보자.이날 조흥은행의 주가는 정부가 지난 99년 출자했던 주당 5천원선을 처음 뚫었다.
이대로 7천원까지 몰고가면 정부가 조흥은행 지분 80.7%(2조7천억원어치)를 다 팔 경우 1조원 정도를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말 공적자금 특별감사때 회수율이 25%에도 못미친다고 집중난타를 받았던 공무원들로서는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한생명 서울은행 하이닉스 등 문제기업 처리도 마찬가지.
정부는 지난 연말 문제기업들의 해외 매각을 마무리짓지 못한채 금융시장의 ''폭탄''들을 내년으로 이월시킨다는 질타를 곳곳에서 받았다.
그러던 차에 연초 주식시장이 완연히 살아나고 있으니 ''만사형통론''이 제기될 법도 하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3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솔직히 여건이 좋아지지 않았느냐"며 "시간에 쫓겨 불리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기업 처리가 늦어질 수록 기업가치 하락이 가속화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대부분 은행들의 자산이 늘어난 와중에도 서울은행의 자산(평잔기준)이 최근 1년새 3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주가상승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주가추이나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일이다.
박수진 금융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