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의 경제읽기] '노사합의가 가능한 주5일 근무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걱정이다. 노사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기 위해 반드시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정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 특히 초과근로수당이 변한다는데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가 지급된다. 현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7.9시간.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으로 줄어들면 초과근로시간은 3.9시간에서 7.9시간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기업이 종전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주당 4시간 만큼 초과 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재계가 인건비 상승을 우려, 할증임금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임금 총액이 줄지 않게 시간당 임금을 상향조정하고 연.월차 휴가수당도 보전해 달라며 재계와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 인건비나 임금소득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는 없는가. 당분간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으로 유지한 채 토요 휴무는 실시하면서 일부 공휴일과 연.월차 휴가를 반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토요 휴무가 시작되면 총 근로일수는 연간 26일 줄어든다. 하지만 연간 18일인 공휴일중 8일과 월차휴가 12일, 연차휴가중 6일을 정상 근무하면서 총 근로시간은 줄지 않는다. 주중에 분산된 휴일을 주말로 몰아 사용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초과 근무로 돈을 더 벌기 위해 연.월차 휴가를 반납했던 사람에게는 매월 특정 토요일에 전일(全日) 근무할 권리를 주면 된다.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4시간으로 유지되면 토요근무에 적용되는 할증임금률이 변할 이유가 없으니 기업의 임금부담도 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총 근로시간과 임금수준 모두 변하지 않은 채 휴일만 주말로 집중해 여가를 즐길 수 있으니 노사 모두 반대 명분을 잃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무원이 공휴일과 연.월차 휴가 일부를 반납하고 토요일을 쉬면 업무가 연계된 민간기업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간 주요국가들이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시기를 보면 대개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때였다. 현재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9천달러대이므로 조만간 우리도 법정근로시간을 낮출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실질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들이 여가를 즐기기보다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돈을 더 벌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법정근로시간을 줄이면 실질 근로시간은 줄지 않고 시간당 임금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임금인상이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이는게 주5일 근무제 도입의 목적이라면 당분간 법정근로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자.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이후 경제 여건을 보고 타협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