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골프 뒷얘기]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2)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골프 실력은 대단한 수준이다. 요즘은 핸디캡 10정도다. 스윙폼도 완벽에 가깝다. 특히 ''아이언샷''은 대부분 온그린이 될 정도로 기가 막히다. 드라이버샷 거리도 2백30∼2백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자다. 거의 미스가 없어 대부분 페어웨이에 낙하시킨다. 박용민 뉴스프링빌CC 사장(전 춘천CC 사장)은 "8년간 자주 박 회장님과 라운드를 했는데 단 한 차례도 OB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산 위에 올라가서 트러블샷 하는 것조차 못봤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비공식적으로는 언더파를 기록해봤지만 공식적인 베스트스코어는 73타다. 골프채는 그리 따지지 않는 편이다. 미국 링스사의 ''프리데이터''라는 클럽을 오랫동안 사용했으나 근래에는 나이를 감안해 가벼운 일제 클럽으로 바꿨다. 지난 2000년 두산에서 스폰서한 마주앙여자오픈이 제주도 핀크스GC에서 열렸을 때 국내 여자프로 중 최강자인 정일미와 박 회장이 프로암대회에서 함께 플레이한 적이 있다. 이때 박 회장 등 아마추어 3명의 스코어 중 가장 좋은 것을 그 홀의 성적으로 하는 베스트볼 방식으로 정 프로와 겨뤘다. 정 프로는 그때 나이드신 분들이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하고 얕봤다가 혼났다고 한다. 박 회장의 퍼팅 실력이 어찌나 뛰어났던지 정 프로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박 회장은 약간의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골프에서 내기를 즐긴다. 내기 액수는 대개 9홀에 5천원 정도. 액수는 적지만 이를 따기 위한 박 회장의 승부욕은 대단하다. 한 샷 한 샷 신중하게 치고 상대방이 잘한다 싶으면 말로 방해(?)를 하기도 한다. 한번은 박 사장이 홀인원을 해서 10배의 돈을 가져갔다. 그러자 그 다음홀부터 박 회장을 비롯한 동반자들의 열화와 같은 견제가 가해지면서 박 사장은 3홀연속 더블파를 하며 결국 돈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내기에서 딴 돈은 적립을 해놓았다가 연말이 되면 볼이나 의류 같은 선물을 마련해 돌렸다. 모자를 선물할 때는 박 회장 머리 사이즈가 커서 초대형으로 따로 주문한다. 주류회사의 수장답게 박 회장은 술을 무척 즐긴다. 수십년간 지근거리에서 박 회장을 보좌한 김현식 두산 상임고문은 "단 한 번도 술취한 것을 보지 못했고 몸이 흐트러지는 것도 못봤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두산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면 좀 고달프다. 그룹내 골프모임을 하게 되면 우승자나 입상자에게는 냉면 사발에 맥주를 따라준다. 맥주 한 병이 들어가는데 ''원샷''을 해야 한다. 또 ''모두 모아주''라고 해서 두산에서 나오는 양주 맥주 소주 포도주 청주 등을 큰 사발에 모두 섞은 뒤 컵으로 떠서 마시는 전통도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