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매물 4천여개 '홍수'...인력.경영난 겹쳐 M&A시장 노크

팔려고 내놓은 벤처.중소기업이 4천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기업매각 러시는 벤처기업 뿐아니라 전통 제조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 8일 벤처.중소업계 및 M&A(기업 인수 및 합병)관련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테헤란밸리 등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매물이 3천개 정도였으나 넉달이 지난 현재 3천5백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철강 금형 등 M&A시장에 나온 전통 제조업체도 5백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인천의 남동공단,안산의 반월공단,서울의 구로공단 등에 있는 제조업체 기업인들이 기업인수합병 중개회사(M&A부티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경기전망도 밝아지고 있으나 거미줄같은 각종 규제와 인력난 등 경영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중소기업인들의 의욕을 꺾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기에 기업을 파는게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벤처.중소기업이 의뢰한 M&A 매물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으나 거래는 한산하다.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을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과의 가격 차이가 워낙 커 M&A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도금 열처리 주물 등 전통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업기피경향 때문에 기업의 우량여부와 무관하게 입질조차 거의 없다. M&A컨설팅업체인 ACPC 남강욱 부사장은 "현재 M&A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보다는 인수가격만이 잣대로 등장하는 등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벤처기업에 이어 제조업체가 기업을 팔려고 내놓고 있는 것은 매우 경계할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반 제조업체 M&A=철강 유화 금형 주물 의료장비 전자부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M&A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일반 제조업체의 경우 2세에게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같은 추세가 요즘 사라졌다. 2세들도 제조업을 싫어하는데다 정부의 지나친 IT(정보기술)등 벤처기업 우대정책으로 풀이 죽어 기업을 팔려고 한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10년째 철강업을 하는 연매출 70억원 규모의 P사 사장은 사겠다는 기업만 나타나면 무조건 팔겠다고 밝혔다. 그는 "벤처기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회 풍토가 싫어 기업을 팔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 M&A=TFT-LCD(초박막액정화면) PDA 등을 생산하는 첨단 벤처기업과 바이오기업,전자부품 업체 등이 최근 매물로 대거 나오고 있다. 일부 M&A부티크는 아예 규모가 작은 기업의 M&A의뢰를 사절할 정도다. 환경관련 벤처기업인 K사의 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에 있는 M&A부티크를 찾았다. 자본금 7억원의 K사의 사장은 40억원에 기업을 팔아달라고 했으나 M&A부티크는 턱없이 높다며 난색을 표했다. K사의 사장은 투자자들이 출자한 자금도 있어 40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결국 이 기업은 간신히 매물 리스트에만 오른 상태다. 장웅주 현대M&A컨설팅 사장은 "하루에 평균 1~2건의 기업 매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몇배수로 투자받은 가격을 고집하다가 문을 닫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