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무너진 대박의 꿈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만에 750선 고지를 밟았던 종합주가지수가 8일 큰폭의 조정을 받았다. 새해 들어 단기급등에 이은 조정이 예상됐던 터라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24일 이후 7일만에 지수가 1백포인트 급등한데 대한 ''아름다운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더 부추기는 듯 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발을 동동 구르는 투자자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조정을 기다리며 새해 들어 끈질기게 풋옵션(하락 예상)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자 지난 7일 오후장 들면서 콜옵션(상승 예상) 매수로 돌아섰다. 결과는 만신창이였다. 지수가 780을 넘어 800고지 돌진을 확신,전날 콜옵션 100을 매수한 투자자는 하루만에 투자금액의 90%이상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하락세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장 반등에 이은 추가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콜옵션 14만계약 이상을 사들여 피해가 더 커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코스닥시장의 급변동성에 익숙해진 개인투자자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옵션시장으로 물밀듯이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백90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옵션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1천9백25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팽창했다. 작년 11월26일에는 하룻동안 1조원 이상이 거래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9·11'' 미국 테러사태 직후 하루만에 5백배의 대박이 알려지면서 옵션시장은 ''제2의 코스닥시장''으로 투자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신규고객의 80% 이상이 옵션쪽으로 몰리고 있다는게 증권사 일선 지점 직원의 전언이다. 오는 28일 삼성전자 등 7개종목을 대상으로 한 개별종목 옵션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에서 털리고 선물시장으로 넘어왔다가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인생막장''과도 같은 곳이 옵션시장"이라는 한 투자자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김동민 증권부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