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전문기자의 세계경제 리뷰] 굿바이, 미스터 그린스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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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그린스펀 의장님''
요즘 근황이 어떻습니까.
마음이 좀 편안해지셨나요.
많은 사람들이 미국경제가 곧 살아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저께는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미국경제가 바닥을 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불과 2개월전인 작년 11월이었지요.
IMF가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2002년에 미국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겁을 줬던 때가 말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인 귀하의 금리인하 덕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금리인하 초기였던 작년 중반만해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시큰둥해했습니다.
21세기에는 20세기와는 달리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아주 적다며.
금리 하나로 미국과 세계경제를 구해냈던 ''그린스펀 효과''는 사라졌다고 단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의장님은 그러나 이런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년간 11번이나 금리를 내렸습니다.
특히 11번째 인하때는 내부의 반대를 누르고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뒷얘기도 들립니다.
참,작년 9월17일의 여덟번째 금리인하는 극적이었습니다.
테러로 문을 닫았던 뉴욕증시가 6일만에 다시 열리기 직전에 단행한 금리인하는 주가 대폭락을 막았지요.
그날 다우지수는 13%이상 폭락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7% 하락에 그쳤습니다.
15년전 ''시장에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의장님의 짤막한 성명서 하나로 블랙먼데이의 충격을 수습했던 것처럼 이 여덟번째 금리인하는 의장님의 걸작품이었습니다.
의장님에게 지난 1년은 가시방석이었을 겁니다.
99년6월부터 2000년5월까지 인플레를 예방한다며 금리를 6차례 인상,멀쩡하던 경제만 잡고 말았다는 세간의 비난이 의장님에게 쏟아졌지요.
의장님,하반기에는 미국경제가 정상화된다고 합니다.
그때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죽였던 경제를 살려놓았으니 명예롭게 용퇴하는 것입니다.
2004년6월까지인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똑똑한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의장님도 알고 있겠지요.
거대한 미국경제를 다루기에는 나이가 많다(76)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장직에 앉은지도 15년이나 됐고.그만하면 더 이상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습니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처럼 유능한 후임자를 천거한 후 물러나 빛나는 전설로 남길 바랍니다.
''굿바이,미스터 그린스펀''.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