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비리 금융가 충격 확산 .. 산업銀 비리 적발...은행권 파장.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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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벤처비리 적발로 은행권 벤처투자가 꽁꽁 얼어붙을 조짐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투자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은행 벤처투자 위축 우려=산은의 벤처비리 후유증으로 은행들이 일제히 벤처투자 내부감사에 나섰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집행된 벤처투자업무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자체 감사를 통해 벤처투자 업무과정에서 비리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방침이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벤처투자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부통제 강화는 곧바로 벤처투자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고민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사업 가능성을 믿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부통제를 강화할 경우 객관적인 지표를 중요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결국 신중히 기업 선정을 해야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며 "벤처투자가 올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계는 올해 직접투자분 3천억원 등 총 1조원대로 예상되는 은행권의 벤처기업 투자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급한 벤처투자 투명성 제고=금융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주먹구구식의 벤처투자 업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투자대상 기업 선정과정의 투명성 △적절한 보상시스템 구축 등이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 투자대상 기업을 고르고 이를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 등도 요구된다.
산은을 비롯한 대부분의 은행들은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벤처붐을 타고 벤처투자팀을 신설했다.
겨우 3∼4년정도의 경험밖에 없다 보니 업체 선정에서 전문성 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벤처투자 업무를 내부적으로 검증?검사할 만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욱이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의 특성상 ''대박''을 터뜨린 벤처투자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이 업체의 로비가 은행의 벤처기업 투자를 결정하는 담당자들에게 쉽게 스며들 수 있는 토양이 돼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빛은행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해외의 벤처캐피털회사는 투자담당자에게 충분한 성과보상을 주고 있다"며 "시스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도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