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G7 프로젝트'의 실종

2000년대초 세계 7대 기술선진국에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92년부터 시작된 ''G7 프로젝트''.9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정부 연구소 대학 그리고 산업계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착수하기도 전에 한국이 이런 야심찬 계획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전파됐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쟁국의 주목과 경계를 동시에 받았다. 예산획득 과정에서 사업 명칭이 ''선도기술개발사업(Highly Advanced National Project)''으로 결정된 것은 어쩌면 해외에서의 이같은 부담스런 주시와 무관치 않았다. 그 후 이 국가적 대형사업은 선진국이나 경쟁국에는 ''HAN(크다는 의미)''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약칭 이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민족의 ''한(恨)''이 서린 프로젝트라는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농업진흥청 등 범부처적으로 추진됐고,18개 대형사업으로 구성됐다. 사업기간 10년에 투자규모는 약 3조8천억원.정부가 1조6천억원,민간이 2조2천억원을 쏟아붓는 그림이었다. 일부 사업은 이미 종료됐다. 고선명 TV(94년),차세대반도체 기반기술(97년),신의약ㆍ신농약(98년),주문형반도체(2000년) 등이 그렇고,차세대평판 표시장치,광대역종합정보통신망,차세대원자로는 작년에 끝났다. 차세대자동차 등 나머지 11개 사업은 금년 하반기에 모두 끝난다. G7 프로젝트가 몇개월 후면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무슨 일이 있어야 할까. 선진국의 예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종합적인 사업평가 작업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정부는 그것을 제쳐두고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에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과기부가 나름대로 방안을 구상하고는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권 말기여서 그런지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일부 다른 부처들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평가를 꺼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잘했으면 잘한대로 못했으면 못한대로 정확한 평가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모두 국가적 자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성과 못지 않게 추진과정의 교훈 역시 다음의 대형사업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세금이 투입됐으면 세금을 낸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처음의 추진력 못잖은 범부처적 평가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처음은 있으나 끝맺음이 분명치 않은 고질병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