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린투어리즘 .. 현의송 <농협 신용대표이사>

eshyun@nonghyup.com 분주한 일상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여행은 활력소가 된다. 따라서 도시의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농촌의 맑은 공기 속에 자연경관을 즐기는 휴가는 많은 도시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도시 중산층이 여가를 가족과 함께 전원에서 보내는 그린투어리즘(농촌관광)이 오래 전부터 일반화돼 있다. 유럽에서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관광상품으로 하는 라이트투어리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농·산·어촌의 자연경관과 여유를 소재로 하는 그린·화이트·블루투어리즘을 발전시켜 왔다. 눈이 하얗게 내린 산촌에서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화이트투어리즘,푸른 바다가 있는 어촌에서 윈드서핑과 조류 관찰을 즐기는 블루투어리즘,녹음이 짙은 농촌에서 자녀들과 함께 농사일을 체험하고 신선한 채소를 직접 요리하며 즐기는 그린투어리즘이 그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와 농촌인구 유지를 위해 농가민박을 장려하는 그린투어리즘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시즈오카현의 어느 어촌은 연간 어획고가 6억∼8억엔인데 민박수입이 28억엔에 달하고 있을 만큼 관광농어업이 활발하다. 우리도 앞으로 주 5일 근무와 수업이 정착되면 가족단위 여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휴가나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는 것보다 이들이 자녀와 함께 농촌을 찾아 따뜻한 정을 느끼고 문화유적을 둘러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외화낭비를 막고 농촌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올해는 월드컵 축구대회로 많은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이들에게는 도시의 화려한 야경보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그린투어리즘이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농촌의 관광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아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 그린투어리즘을 통해 농촌이 활력을 찾게 되면 인구의 지역분산으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듣자하니 지역균형발전특별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농촌주민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그린투어리즘을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