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약보합 조정, "펀더멘털 점검"

주식시장이 국내외 펀더멘털에 대한 눈높이를 교정하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가 올해 4∼5% 가량 성장할 것을 전망하고 반도체 가격 반등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미국 경제 둔화, 인텔과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치 하향 등으로 연초 들떴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습이다. 수급상황 역시 외국인이 이레째 순매도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금융주에 차익매물을 내놓고 선물시장 약세에 따른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 출회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690억원에 그쳤다는 발표는 전날 외국인 대량 순매도의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주도주 조정이라는 시장심리를 강화시키고 있다. 오후장에는 아시아 반도체 가격 현물 동향과 함께 외국인의 선물 매수 감소 여부, 프로그램 매물 증가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 46분 현재 715.14로 전날보다 3.50포인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73.14로 0.05포인트 하락한 약보합세이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외국인 매수와 개인매도가 공방하며 89선의 약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이 현물에서 순매도를 보이는 반면 개인이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다. 업종별로는 운수항공 관련 업종이 미국과 동조화로 급등하고 전기가스업종이 한전의 구조조정 기대감으로 상승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종은 급등 이후 조정이 뚜렷하다. 삼성전자가 실적에 대한 실망감에 2% 가량 하락하고 하이닉스가 부채탕감 논란 속에서 3% 이상 떨어졌다.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을 상회하고 있으며 개별종목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 박스권 조정, 펀더멘털 점검 = 시장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이 반등했으나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심각한 위험'' 발언 이후 경기회복 사인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어 실적발표와 함께 미국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밀어넣고 있다. 또 인텔의 설비투자 축소 방침과 맞물려 국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경련 보고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과 함께 현 시점에서 펀더멘털 관점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수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증시에 대한 긍정론을 폐기할 이유는 아직 없다. 무엇보다 올해는 경기회복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은 연초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 미국 금리가 급반등에서 조정권으로 들어서고 달러/엔 환율의 흐름도 131엔대에서 정비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조정과 함께 당분간 금리도 급반등에서 벗어나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6.00% 안팎에서 움직이고, 달러/원 환율도 1,310∼1,320원 안팎에서 거래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의 경우 해외투자기관에서 국내 경제와 주식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긍정적이고 연초 주가상승에 대한 추가 모멘텀을 기대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700선 이하가 급붕괴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시장이 추가 급조정을 받고 외국인 매도 등으로 수급구조가 악화될 경우를 제외한다면 700선의 일시 하향이탈은 매수기회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시각이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는 연초 랠리를 점검하면서 일단 700∼750 박스권에 들어서는 등 차분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겠으나 당분간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종목에 관심을 두면서 우량주 장기보유를 고려하는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