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反부패... 신년사 '단골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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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불퇴전의 각오로 부패척결에 나서겠다"고 밝힌 후 각 부처들이 모여 연일 대책회의를 갖는데 대한 한 공직자의 주문이다.
실제로 각 부처들이 바빠졌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 주재의 사정관계장관 회의에 이어 16일엔 국무총리 주재로 주무장관회의를 열어 부패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어 국무조정실장이 이날 전부처 기획관리실장들을 소집했고 17일엔 전 부처 감사관들을 중앙청사로 불러 ''반부패 묘안''을 짜낼 예정이다.
감사원도 ''칼''을 빼들었다.
마치 각 부처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너도나도 ''반부패 전쟁''에 나서는 형국이다.
물론 김 대통령의 지적대로 대한민국은 지금 부패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연일 각종 ''게이트''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이에 대해 정부가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적인 실천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부패척결''은 대통령 신년사의 단골메뉴였고,특히 지난 99년 8·15경축사에서는 "부패방지없이 국정 개혁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이맘때도 상황은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부패척결이 주요 과제로 제시된 후 각 부처들은 앞다퉈 나섰다.
우선 대통령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보고회를 2월에 개최,정부의 의지를 천명했다.
''2001년 20대 국정과제''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 등이 우선순위로 자리매김됐다.
또 반부패특별수사부를 설치해 공직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공기업·금융기관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뜻도 다졌다.
이와함께 부패척결 실적평가회를 분기별로 평가,추진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같은 결연한 각오는 빛이 바랬다.
부패척결 실적평가회는 흐지부지됐고 반부패특별수사부는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통령은 올 사정장관 회의에서 "이번 만큼은 구호에 그치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올해에는 이 말이 헛구호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