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혼돈 新질서] (4) (전문가 관점) 'IT분야 투자 다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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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경착륙 끝에 불황에 돌입하면서 신경제하에서는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경기 사이클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신경제 효과란 신기루에 불과했으며 신경제가 남긴 거품의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신경제의 핵심인 IT 부문에 집중되었던 투자 가운데 상당 부문이 거품이었으며 그 규모도 막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공식적 추계이긴 하나 미국 IT 산업의 과잉투자 규모는 전체 자본 스톡의 10%에 가까운 4천억달러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신경제가 끝나버렸다고 보는 것은 낙관에 가득찬 신경제 예찬론 만큼이나 섣부른 판단이라 여겨진다.
정보통신부문의 투자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며, IT 투자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유지되는 한 기업의 IT 투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들이 IT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투자를 다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천대 우량기업 가운데 70%가 올 2002년 정보통신관련 투자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미국의 기업들은 IT 투자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IT 관련 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IT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T 부문의 과잉투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IT 투자의 급속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고,경기회복도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IT 부문의 과잉투자조정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IT 관련 설비는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 진부화에 따른 대체수요가 높기 때문에 과잉투자의 해소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지난 2년간 IT 침체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큰 폭으로 투자를 줄여 왔기 때문에 현재 IT 부문의 거품이 상당히 제거되었다고 판단된다.
물론 IT 부문의 과잉투자가 완전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2002년에도 IT 부문의 조정이 고통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신경제가 붕괴되고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와 같은 4∼5%의 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신경제는 여전히 성장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결국 미국의 신경제는 연속선상의 순조로운 발전이 아니라 단절선상의 굴곡있는 발전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전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