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펀더멘털로 시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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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국내외 펀더멘털에 대한 눈높이를 교정하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757.81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뒤 하루 20포인트 안팎의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고점을 낮춰가고 있다.
국내 경제가 올해 4∼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반도체 가격 반등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미국 경제의 조기회복 가시화 불투명, 인텔과 삼성전자 실적 기대치 하향 등으로 연초 들떴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수급상황 역시 외국인이 이레째 순매도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금융주에 차익매물을 내놓았고 선물시장 약세에 따른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 상황도 조기에 바뀔 것 같지가 않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가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690억원에 달했다는 발표는 전날 외국인 대량 순매도의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주도주 조정이라는 시장심리를 더욱 강화시켰다.
삼성전자가 33만원의 고점을 본 뒤 이틀째 급락한 뒤여서 향후 30만원 유지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또 하이닉스의 협상 기대감도 수그러들어 반도체 관련주의 동반 꺾임이 빚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 주가 710선 하락, 외인 매도 수급악화 = 16일 종합주가지수는 710.95로 전날보다 7.69포인트, 1.07% 하락세로 마감, 이틀째 떨어졌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88.65로 0.75포인트, 0.84% 하락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은 미국 시장 반등 소식에 개장초 전날 낙폭과대인식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723까지 올랐으나 외국인 매도와 삼성전자 등 실적 실망감에 하락세로 접어든 뒤 낙폭을 줄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외국인이 1,34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8일 이래 이레째, 전날에 이어 1,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수급여건을 악화시켰다. 전날 대량 매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차익매물을 내놨다.
개인이 937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 만회를 시도했으나 버거운 모습이었고 기관이 프로그램 매수 전환을 계기로 255억원의 순매수로 전환했으나 조정분위기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시장에서는 인텔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향상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 수급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SK증권 투자정보팀의 김종국 차장은 "개인 매수로 고객예탁금이 감소되는 등 시장체력이 다시 약화될 소지가 있다"며 "삼성전자 실적 기대가 무산된 상태이고 재료를 찾기 쉽지 않아 코스닥 등 개별종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박스권 조정, 펀더멘털 점검 = 시장에서는 지난주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심각한 위험'' 발언 이후 경기회복 사인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어 실적발표와 함께 미국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밀어넣고 있다.
미국 주가는 다우지수가 7일만에 반등했으나 장중 되밀리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1만선 이상으로 추가 상승 여부가 불확실하다. 반도체 현물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나스닥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흐름 역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가는 실적 발표와 연동되겠으나 다우지수가 1만선, 나스닥지수는 2,000선 안팎의 박스권을 크게 탈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00선에서 매물을 맞으며 하향하고 있어 일단 지지선 확보가 더 중요해 보인다.
또 인텔의 설비투자 축소 방침과 맞물려 미국 기업의 산업생산이나 설비투자 확대 가능성이 좀더 확인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경련 보고는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과 함께 현 시점에서 펀더멘털 관점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수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날 전경련은 올해 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비투자를 조사한 결과, 361개 응답업체의 투자규모가 26조8,525억원으로 전년대비 12.8%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의 시설 투자가 37.7%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 1월중 15일까지 무역수지는 16억3,4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규모가 다소 커졌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 감소한 40억6,900만달러, 수입은 12.6% 준 57억300만달러를 기록했다.
◆ 세계금융시장 안정성 회복, 중장기 긍정론 = 그렇다고 현재의 증시에 대한 단기 조정에 휩쓸려 중장기적 긍정론을 폐기할 이유는 아직 없다.
무엇보다 올해 재정지출이 확대되고 저금리 기조가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유지되면서 내수위주의 경기회복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는 연초 랠리를 점검하면서 일단 700∼750 박스권에 들어서는 등 차분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겠으나 당분간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종목에 관심을 두면서 우량주 장기보유를 고려하는 낫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국면은 연초 기諛㉮?따른 급등락이 정돈되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앨런 그린스팬 의장의 경계성 발언이 겨냥하고 있는 지점도 안정성의 회복이라는 측면으로 보인다.
그린스팬 의장의 발언 이후 일본 경제 약화 우려감으로 140엔대를 돌파하려던 달러/엔의 기세가 꺾인 것이 눈에 두드러지는 등 세계금융시장이 차분해지고 있다.
미국 금리가 급반등에서 조정권으로 들어서고 아르헨사태와 무관하게 달러/엔 환율의 흐름도 131엔대에서 정비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조정과 함께 당분간 금리도 급반등에서 벗어나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6.00% 안팎에서 움직이고, 달러/원 환율도 1,310∼1,320원 안팎에서 거래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의 경우 해외투자회사에서 국내 경제와 주식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긍정적이며, 연초 주가상승에 대한 추가 모멘텀을 기대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700선 이하를 매수시점으로 탐색하라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가 빚어지고 수출도 좋지 않은 등 조정을 받고 있으나 700선은 유지될 것"이라며 "수급악화로 단기 조정이 예상되나 유통, 건설, 제지 등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내수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