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도요타의 '오픈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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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장 도요다 쇼이치로,사장 조 후지오…"
사회자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호명된 사람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16일 저녁 도쿄 마루노우치에 자리잡은 도쿄회관의 12층 소연회장.도요타자동차가 외국특파원들을 위해 마련한 신년간담회는 임원 소개부터 시작됐다.
"도요타는 산업보국의 일념으로 사업을 해왔습니다….유익한 만남의 자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조 사장의 인사가 끝나자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닛산자동차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은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중 한사람인 조 사장에게 집중됐다.구미계건,아시아계건 특파원들은 하나라도 더 묻고 시원한 답을 끌어내기 위해 조 사장을 에워쌌다. 때문에 그는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채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2시간 동안 꼬박 서서 질문과 씨름했다. 질문 공세의 표적은 조 사장뿐이 아니었다.
10개의 라운드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 있던 나머지 12명의 임원들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외국기자의 시각에서 볼 때 도요타의 간담회는 이색 행사였다.
폐쇄와 정보 보안에 길들여진 일본 기업들의 문화적 풍토에서 외국언론과의 열린 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파이어니어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과 관청이 외국언론에 쳐놓은 장벽은 높고 두텁다. 인터뷰를 위해선 적어도 1,2개월 전에 신청서를 내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신청이 거부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본인들 특유의 보안 의식과 각국 언론의 취재 요청이 끊이지 않는데 따른 시간적 제약이 빚어낸 결과다. 하지만 도요타는 오픈 마인드로 한걸음 앞서간 모습을 보였다. 공개된 장소에서 각국 언론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회사를 널리 알리는 세련된 이미지 전략을 연출했다.
"글로벌 기업이 되다 보니 임원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습니다.
이런 자리야말로 절대 놓칠 수 없는 홍보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기사 송고를 마치고 일어선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도요타 직원의 한마디가 ''일류''''첨단''의 단어와 오버랩되며 한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