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은퇴자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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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가 아름답다''는 것은 미국사회의 노인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비록 은퇴한 나이지만 그들의 삶은 역동적이고 보람에 차 있다.
관광지나 박물관에서 방문객을 안내하는 일에서부터 학생들의 등·하교 교통지도,도서관의 보조사서,이민자나 유학생들의 영어교습,병원이나 불우시설 등에서의 봉사는 거개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몫이다.
자신이 근무했던 기관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수십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자원봉사(Volunteering)를 자청하고 나선 퇴직자들이다.
미국 노인들은 직장을 정년퇴직하면 흔쾌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아 나선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교육을 받고 또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륜을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생각에서다.
결국 이들의 잠재력은 사회 경제 등 각 부문에 스며 들어가 미국전체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이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미국 전체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은퇴자들은 자원으로 재활용돼 국부(國富)를 늘려가고 있는데,1947년에 결성돼 3천5백만명의 회원을 가진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주 대한은퇴자협회가 결성됐다.
은퇴자문제가 사회적인 어젠더로 정식 오른 셈이다.
협회는 발족취지문에서 "은퇴하면 사회에서 격리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은퇴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제반 프로그램을 내놓는 한편 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은퇴자문제는 IMF 이후 우리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큰 요인이 돼 왔다.
''직장을 그만 두면 끝''이라는 절박한 심정과 냉소적인 사회분위기까지 겹쳐 은퇴자들은 더욱 더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정신적인 공황에 빠져 하릴없이 방황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아오던 터였다.
이제 은퇴자는 수명이 다한 빛바랜 자원이 아니라,다시 닦아 써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당사자 스스로가 가져야 할 계제에 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