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 오마에 겐이치 <日 경제평론가>

"중국은 내부적으로 공산주의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는 10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공산주의 대신 ''국민주의''를 새롭게 선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59)는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자본주의와 결합한 국민주의를 새로운 국가노선으로 표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경제는 앞으로 수년간 더 승승장구할 것이나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10년후에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앞으로 10년간 경기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도 아시아경제의 블랙홀인 중국으로 인해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의 엔화약세와 관련, "일본정부가 엔저 정책을 쓰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사를 방문한 그에게 아시아 경제전망 및 한국기업의 생존전략 등을 들었다. [ 대담 = 조재길 기자 ] -----------------------------------------------------------------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으로 봅니까. "중국은 내부적으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으로 이어진 공산주의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 10월 제16차 전인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민주의''를 새롭게 표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죠. 중국의 차기 리더인 후진타오는 이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 나갈 것입니다. 국민주의를 선언한다고 해서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했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중국경제는 앞으로 10년 더 지금 같은 급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그후에는 빈부격차 확대로 인한 계층갈등이 심화되면서 커다란 벽에 부닥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중국과는 정반대로 앞으로 10년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이 블랙홀처럼 주변국의 성장을 빨아들일 것이란 주장을 하셨는데요.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한국과 일본이 대미수출에서 중국에 뒤진 첫 해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중국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시장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 것이죠. 이같은 현상은 작년에 처음 나타났지만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항하는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기업은 충분한 생산성을 갖추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와 자동화기계 등을 도입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의 중국을 3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경쟁하지 말고 중국을 안고 가야 합니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뜻이죠. 중국을 기업의 생산구조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국시장에서 하루빨리 제 위치를 찾지 못하면 낙오됩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기업들의 제품과 똑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술을 현지로 가져가서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서 중국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오히려 중국진출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앞으로 1년여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이후엔 중국 때문에 양국이 모두 우울해질 겁니다" -최근 한국 등 동아시아국가들은 일본의 엔화약세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정부는 엔저를 용인하고 유도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커다란 실수입니다. 통화가치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게 아니라 시장경제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일본정부가 수출을 독려하기 위해 엔저를 환영하고 있지만 일본은 더 이상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이란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일본경제는 더욱 어렵게 될 겁니다. 일본경제는 불행히도 10여년 전 엔저로 돈을 벌었던 자동차 및 전자업계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및 전자업계가 엔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엔화가치는 달러당 2백∼2백50엔선까지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경제를 위해서는 엔화가치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뜻입니까. "통화가치는 항상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것이 바람직하며 변동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통화가치가 낮다는 것은 경제가 미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통화약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석유 등 수입품 가격을 올립니다. 이제는 환율변동을 갖고 경제를 논하는 것에서 졸업해야 합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업들이 자국통화의 약세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입니다" -중국도 최근 엔저와 관련해 일본정부를 비판했습니다만. "중국은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습니다. 위안화는 국제시장에서 거래조차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위안화를 세계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세계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4룡''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지표는 일견 흥미롭습니다. 중국경제에 이미 흡수된 타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해 성적은 한국이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성을 많이 줄였기 때문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망한 신규산업을 발굴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이 내세울만한 브랜드가 있습니까?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는 독일 등 선진국에 밀리고 있으며 뒤에선 중국에 덜미를 잡혀 있습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중간'' 시장은 매우 협소합니다. 내수시장은 작으며 구매력이 큰 편도 아닙니다. 작년 성적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오히려 대만의 경우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중국에 투자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작년에 대만경제가 침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을 뿐 실물경제는 나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우선 글로벌 마케팅에 치중해야 합니다. 하나의 상품을 판매할 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30% 정도입니다. 그 외는 디자인 브랜딩 유통 서비스 등에 소요되죠. 이제 생산은 중국에 내줘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70%는 한국이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이 70%의 열매를 따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조업 대신 인력 브랜드 고객서비스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모두 이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 경영자들은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더이상 국가가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이제는 지역경제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20개, 일본에는 11개, 중국에는 7개 등의 지역경제가 있습니다. 지역경제는 부의 단위이며 이들 시장을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지역경제를 노려야 합니다" -일본의 지역경제에 접근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일본은 침체돼 있지만 여전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입니다. 앞으로 5∼10년 후에도 이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일본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왜 일본같이 큰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11개 지역경제 중 규슈의 경우 부산에서 20분 거리입니다. 규슈의 경제규모는 한국과 맞먹습니다. 간사이 경제규모도 캐나다와 엇비슷합니다. 한국기업들은 도쿄만 고집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전략입니다. 일본에는 서울과 연결된 17개 공항이 있는데 이것은 일본을 17개의 다른 눈으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쏟아붓는 노력의 절반만 기울여도 일본에서 성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