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에너지, 실적이 제약

종합지수가 하루 이틀씩 오르고 내리는 조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열흘째 순매도하며 조정 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초 반도체 D램값 상승을 호재로 삼성전자를 급격히 사들였던 외국인이 1월 중순 이래 삼성전자를 매일같이 매도하고 있다. 개인의 시장 참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이 700선 언저리에서 저가 매수세를 유입시키며 지지력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나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을 갖기 위해서는 아직 인내심이 좀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주 경제지표로 볼 때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나 기업실적 발표가 기대에 못미치는 가운데 본격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감이 아직 높다. 화요일 장은 미국이 마틴루터킹의 날로 휴장한 상태에서 열리게 돼 별다른 해외 재료는 없다. 달러/엔이 132엔대 초반에서 완보하는 등 세계금융시장도 조용한 모습이다. 국내 채권·외환시장도 변동성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심중읽기''가 한바탕 진행 중이다. 이번주 미국의 금리인하 논란이 시장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심 미국이 금리인하를 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기업실적은 실망감을 주고 있으나 지난주 경제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 터라 ''금리동결=경기회복'' 등식이 주가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 기관 매수로 상승, 전기전자만 하락 = 21일 종합주가지수는 717.35로 지난 금요일보다 8.88포인트, 1.25% 상승하며 마쳤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30포인트, 1.47% 상승했다.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02의 백워데이션으로 마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이 외국인 순매도로 하루종일 하락세를 보인 반면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국민은행, 신한지주, 현대차, 기아차 등 대형주는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상승했다. 업종별로도 전기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상승종목이 하락종목보다 많았다. 상승종목은 상한가 18개 종목을 포함해 487개였고 하락종목은 306개였다. 특히 운수창고업종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운수창고업종은 거래소에서 5.73%, 코스닥에서 운수업종이 11.03%나 급등했다. 항공, 해운 등 운수창고업종은 미국 테러 이후 낙폭 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지난해 금리인하와 유가하락, 올해 월드컵 등으로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환율 하향에 따른 환차익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들은 홈쇼핑 등의 매출호전에다 음력 설날을 전후한 계절적 매출증가 기대감 등 실적 향상 가능성이 평가되고 있다. 투자자별로 외국인이 761억원을 순매도, 지난 8일 이래 열흘째 순매도했다. 개인이 27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14일 이래 닷새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반면 기관은 투신을 중심으로 870억원을 순매수, 나흘째 매수우위를 지속했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1,130억원을 위주로 1,705억원이었고 매도는 비차익 377억원을 중심으로 513억원이었다. ◆ 지지력 테스트, 반등도 한계 = 이날 종합지수는 장중 701까지 떨어지며 700선 지지선을 다시 테스트 받았다. 투신을 위주로 비차익 매수가 유입되면서 700선 근처의 20일선 이동평균선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받았다. 그러나 수급면에서 외국인 매도강도가 둔화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고 기관의 매수가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어서 매수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고 아시아 증시가 동반상승하면서 오름세가 유지됐다"며 "그러나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수그러들고 외국인도 관망세를 지속, 당분한 현수준에서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외국인이 국민은행 등 은행주를 재매수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매매가 최근 단기화하는 경향이 있고 매도강도가 완화되긴 하지만 아직까지 ''사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조정이 오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의 반등 이후 추가 상승에 대해서는 수급 등 전망이 불투명하고 미국 주가가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에는 이렇다할 만한 재료와 모멘텀이 없다. 최근 반도체 D램 현물가격의 반등이나 장기 공급가격 인상을 두고 반도체 회복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생산감축에 따른 것이고 수요면의 회복 등 업황 전체로는 언제부터 회복될 지 모른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는 것은 향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에 실적 개선을 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자체는 아직 V자가 될 지, U자가 될 지 회복에 대한 확신은 없다. 삼성전자의 지난 4/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미친 것에서도 보듯이, 특히 휴대폰단말기를 제외한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에 대한 전망은 아직까지 낙관론을 경계한다. 이런 경계감 속에서 미국의 나스닥지수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맥없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급락 경계감은 덜 하더라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진 상태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거시지표는 좋으나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주 실적 발표도 마찬가지로 예상돼 대형주의 주가 흐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황 연구원은 "미국이 다음주 금리인하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 별다른 이슈나 재료가 없어 운수창고, 건설, 유통 등 내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횡보 장세를 염두에 두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