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학교육의 경제학..魚允大 <고려대 경영학 교수>
입력
수정
한국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학입학 명문고가 몰려 있는 ''8학군 지역''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급등한 원인은 재개발 바람이라지만 교육열 영향도 크다.
외국어 피아노 태권도 등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정신없이 배운 과외로 한국인은 문·무·예술을 겸비한 팔방미인이 된다.
이런 교육열 덕분에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수준이 됐고,지난 4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교육경쟁력은 하위권이다.학습여건과 교육내용 등 질적인 측면을 종합한 교육부문의 국제경쟁력은 지난해 49개국 중 32위였다. 교육의 경제기여도 또한 최하위로 평가됐다. 노동시장에 자격 있는 엔지니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기업과 대학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우리나라에서는 교육열과 교육경쟁력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교육의 수요는 충만한데,공급체계와 질이 잘못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과정에서,국제경쟁력 없는 기업과 제품은 빠른 속도로 도태되고 있다. 기술이 표준화 단계에 도달해 있는 일반제품에선 한국제품이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에 이길 수가 없다.
''부가가치 높은 지식산업 육성만이 우리경제의 살 길''이라고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산업의 원천인 대학교육이 국제경쟁력이 없다면 한국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교수들은 질 높은 연구에 매진해야 되겠다.
또 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방식을 획일화하지 말아야 하고,토론식 수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학생들에게 절대학습요구량을 높여야 하며,벼락치기 공부로는 학점이 나올 수 없도록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시스템도 작동시켜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캠퍼스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교수도 ''철밥통''을 버리고,능력 없으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캠퍼스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교육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질적 수준이 떨어진 ''진짜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시스템의 오류도 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우리 대학과 같은 규모의 미국대학과 비교해 보면 예산에선 10분의 1,교수 숫자에선 5분의 1밖에 안된다.
어떻게 50명이나 되는 학생을 데리고 8명인 스탠퍼드대학이나 6명인 도쿄대학과 똑같이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겠으며,한 교수당 연구비용이 20분의 1밖에 안되는 데,질 높은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여건은 만들어주지 않고 결과만 강요하는 꼴이다.
대학 예산을 높이기 위한 재정원천은 등록금이나 기여금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의 인상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교육기회 형평의 원리에서 인정하지 않고,기여금이나 찬조금은 일반화돼 있지 않다.
그리고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국가 교육재정의 대폭적인 확충 없이는 국제경쟁력 있는 교육이나 연구는 힘들다.
한국경제의 돌파구로서,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미세기술(NT) 환경기술(ET) 인력은 대학에서 육성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이러한 기술분야에 집중지원하겠다고 했지만,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정부가 한국의 모든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는,미국 한 두개 대학의 연구비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총생산(GNP)이 미국에 비해 열세로서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집중투자가 아쉽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공적자금의 10%만 교육에 투자해도 한국대학의 경제기여도는 한단계 높아질 것이다.
WTO 협정으로 국내 교육시장도 개방되고 있다.
''교육은 국력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제경쟁력 있는 한국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대학재정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1세기의 지식기반 경제사회의 성장 원동력은 대학이기 때문이다.
ydeuh@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