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일본의 對아프간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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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일본의 쌀을 많이 보내주십시오.쌀을 판 돈으로 학교를 짓고 인재를 길러내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을 위한 국제회의가 끝난 22일.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임시정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만면에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회의 개막 전날인 20일 일본에 온 그는 기자회견 첫마디에서부터 "많은 오미야게(선물)를 안고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일본의 개발경험을 배우고 싶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카르자이 의장이 일본에 건 기대와 감사는 유별났다.회의의 4개 의장국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뭉칫돈을 댈 나라였기 때문이다.45억달러의 국제지원을 이끌어 내고,자신도 5억달러를 낸 일본의 후의가 그를 감동시킨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간이 달러를 얻어냈다면 일본은 국제적 위상 제고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리를 챙겼다.
수십개국 각료를 안방에 불러 놓고 지원금 조정 역할까지 말끔하게 해낸 일본으로서는 불우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맘 좋은 부자의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은 "일본이 교토협약 이후 국제적 합의를 이렇듯 매끄럽게 이끌어낸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일본의 성과가 적지 않음을 인정했다.
일본은 또 자국민 여성 한명을 세계의 스타로 탄생시켰다.
아프간 지원을 위해 헌신한 오가타 사다코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이다.
아프간 폭격 때부터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하고 다닌 그는 이번 회의 개막전에도 아프간 현장을 돌며 황폐해진 산하와 참혹한 생활상을 눈으로 확인하고 지원을 끌어내는데 앞장섰다.
일본 언론은 74세 된 오가타씨의 헌신과 설득이 아프간에 푸짐한 선물을 안긴 거름이 됐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일본인 이미지에는 ''쩨쩨한 부자나라'' ''역사를 왜곡하는 속좁은 국민'' 등 부정적 색채가 아직 상당하다.
하지만 일본이 자선외교와 국제사회 헌신을 앞세워 옷을 갈아입은 이 순간에도 서울발 뉴스는 게이트파문으로 얼룩져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