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 개발주역] (3) 여인환 <연세대 이과대 물리학부 교수>

"나노기술을 활용해 분자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앞으로 5년안에 실질적인 분자조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세대 이과대 물리학부 여인환 교수(44)는 국내 나노소재 분야의 실력자로 꼽힌다. 지난88년 미국 IBM에서 일하면서 나노소재 연구와 인연을 맺었다. 나노기술이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나노소재 연구에 뛰어들어 벌써 14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는 셈이다. 여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의 탁월한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 하나. 지난 96년 여 교수는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논문 한편을 발표했다. 주제는 반도체칩을 만들 때 필요한 실리콘에 입히는 산화막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실리콘에 산화막을 형성시킬 때 산소분자가 깨진다''는 논문을 냈다. 공교롭게도 프랑스의 한 연구그룹이 학술지인 PRL에 ''산화막에 산소가 분자형태로 남아 있다''는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동안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한쪽은 틀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6년이 지난 최근 판가름났다. 프랑스 연구그룹이 여 교수의 논문내용이 맞다고 발표한 것이다. "논쟁에서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과학자로서 내가 한 연구가 옳았다는 사실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여 교수의 설명이다. 여 교수가 요즘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분자 조작이다. 지난 92년 이미 실리콘 표면에 있는 원자를 하나씩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은원자 하나를 움직이는 방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 분자를 조립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그는 퀀텀 와이어(양자선),실리콘산화막,탄소나노튜브의 물리적 성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있다. 양자선은 굵기가 원자 하나 크기인 선으로 차세대 반도체칩을 만들 때 쓰인다. 양자선이 개발되면 반도체칩 크기를 지금의 1백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실리콘산화막은 여 박사가 IBM 시절부터 연구해 온 분야.실리콘산화막은 반도체칩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절전막이다. 그는 첨단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나노튜브의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는 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여 교수는 교육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연구환경이 한국보다 월등한 미국 IBM을 그만두고 연세대로 옮겨 온 것도 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국내 나노기술이 발달하기 위해선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우수한 인재만 있다면 연구시설은 필요할 때 언제든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IBM에서 8년 동안 근무하다 96년 연세대로 자리를 옮겼다. 96년 실리콘산화막에 관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는 나노기술과 관련된 논문 4편을 사이언스에 실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