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K마트의 몰락

지난 연말 경영위기설 대두,무디스 등의 잇따른 신용등급 하향조정,14일 S&P 500지수에서 제외,17일 구조조정 전문가인 제임스 애더슨 회장 영입,JP모건 등 채권은행들과 자금 지원협상,22일 법정관리 신청.미국 제2의 할인점 체인인 K마트가 몰락한 것은 1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소매유통업계의 선두주자임을 자처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K마트는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한 채 이토록 허망하게 끝장이 나고만 것이다. 1백5년의 역사를 가진 K마트의 몰락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1962년에 설립된 월마트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계속 밀려왔기 때문이다. 초창기 얼마 동안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K마트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보한 반면 월마트는 중소도시를 파고 들어 상권이 달랐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월마트가 대도시로 진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녹음기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철저히 K마트를 모방했던 월마트가 ''경쟁을 통한 성장전략''을 내걸고 정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우리는 싸게 팝니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판 물건이 K마트보다 비싸다면 2주일내 차액을 돌려줍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동시에 월마트는 전사적인 컴퓨터망을 구축하면서 물류첨단화를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단행했고 연관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했다. 물론 여기에는 창업자인 샘 월튼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K마트는 마케팅과 상품개발이라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 비용절감보다는 광고를 통한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는 올랐으나,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가격경쟁에서는 월마트에 밀리는 뼈아픈 계기가 됐다. 2천1백5개의 매장,종업원 25만명,연간 3백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K마트의 매장은 이제 텅텅 비어가고 있다. K마트의 붕괴는 경영진의 전략부재와 안이한 사고, 그리고 앞날의 경영환경을 예측하지 못한 근시안적 태도가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거대기업의 종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많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