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25時] (5) '확산되는 금융권 탈법'..'게이트'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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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지검 특수3부는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의 김형진 차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
1999년 12월말부터 2000년 4월까지 B회사에 투자해주는 대가로 현금 3천3백만원과 주당 5만원짜리 B사 주식 2천5백주를 주당 1만원에 넘겨받은 혐의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0년 7월.
유명 펀드매니저 6명이 구속됐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세종하이테크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증시에서 내부자 거래를 이용한 편법투자와 이른바 ''작전''이 횡행해 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울게 없는 일이지만, 유명 펀드매니저들까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증권가에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의 부패구조가 얼마나 복잡하고도 교묘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최근 난무하고 있는 ''게이트 시리즈''도 한결같이 금융권의 부패구조와 연관돼 있다.
경제의 ''혈맥''을 이루는 금융권의 환골탈태가 시급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부당대출에서 부당투자로 =은행권의 부패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부당대출과 벤처투자에 대한 사례금 수수가 그것이다.
부당대출은 은행이 생기면서부터 나타났던 전형적인 부패구조.
돈을 쓸 기업은 많고 가용자금은 한정된 상태인 만큼 돈을 배분해주는 은행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면서 이른바 ''커미션''을 챙겨 왔다.
여기에 정치권과 정부까지 ''은행장및 임원 인사권''을 내세워 부당대출압력을 행사하다보니 부당대출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부패구조로 남아 있다.
부당대출이 가장 최근 문제가 된 것은 한빛은행 관악지점 사건.
신창섭 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은 불법대출에 대한 대가로 아메코 등 유망기업의 지분을 양도받는 형식으로 50억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들어선 부당대출에 의한 코미션 수수보다는 벤처투자 등을 통해 사례금이나 주식을 수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은행 실무자들은 거의 공짜로 투자회사의 주식을 상당수 받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 탈법 불법의 경연장 =증시가 활성화되면서 ''작전''으로 대표되는 불공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덕불감증은 점점 더 만연되고 있다.
세종하이테크는 대주주와 펀드매니저가 짜고 시세를 조정했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작전을 기획 실행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작년말 한 대학생은 허수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 주가 조작방법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게 허수주문 내기다.
상한가 팔자나, 하한가 사자 등 체결될 가능성이 없는 가격대에 주문을 내거나 현재가 근처에 주문을 몰아냈다가 취소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시간외 매매에서 잔량을 많이 쌓아 투자자를 현혹하는 방법도 종종 사용된다.
통정매매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서로 짜고 정해진 물량을 일정 가격대에서 사고 판다.
탁구공 넘기듯이 주고 받으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면 높은 가격에 주식을 털어버린 뒤 ''선수''들은 빠진다.
또 다른 방법은 허위사실 유포.
대규모 수주나 해외자금 유치 등 그럴듯한 소문을 퍼뜨려 주가를 올린 뒤 처분하는 것.
사이버거래가 보편화된 최근 들어서는 여러 개의 개좌를 사용해 동시다발적인 주문을 내는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또 메신저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다.
조주현.하영춘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