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 수퍼볼 '열기'와 '냉기'

새해들어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니다. 주말마다 벌어지는 프로 풋볼(미식축구) 전쟁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보다,자기 지역 연고팀의 승패에 더 신경쓴다. 최종 결승전인 ''슈퍼볼''이 오는 2월3일(뉴올리언스의 루이지애나 슈퍼돔)로 다가오면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슈퍼볼''은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 풋볼 팬들뿐만 아니라 광고업계 종사자 등 기업인들까지도 흥분시키는 경기다. 기업들은 서로 좋은 광고시간대를 확보하려고 애쓴다. 그런 만큼 광고비는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게 관례다. 이날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광고는 그해 광고시장은 물론 경제전반의 기상도를 가늠해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약 60개 광고가 나온다. 이 가운데 이른바 ''닷컴업체는 몇개가 포함됐느냐''가 최근 몇년간의 관심사였다. 이 숫자는 그대로 닷컴업계의 흥망성쇠를 반영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는 그러나 좀 다른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광고판매 자체가 극히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번 경기의 중계를 맡은 폭스방송사측은 "슈퍼볼이 2주도 안남았는데 광고는 10%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값도 내리고 있다. 작년 중계를 맡았던 CBS는 30초짜리 광고당 평균 2백만달러를 받았으나,올해는 25%가량 줄어든 1백50만달러선에 불과하다. 폭스측은 광고유치를 위해 값을 더 내려야 할지 모른다며 한숨을 쉰다. 슈퍼볼 광고판매가 이처럼 이례적일 정도로 부진한 것에 대해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침체기에 있는 미국경제가 조만간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업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가 곧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슈퍼볼 광고에 ''베팅''하는 게 미국 기업들의 생리라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물론 경기침체 때문만이 아니라 슈퍼볼 바로 뒤인 2월8일부터 열리는 동계올림픽과 겹쳐 슈퍼볼 광고시장이 싸늘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을 내놓는 사람들도 속내는 ''글쎄…''라는 게 요즘 미국 경제의 현실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