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객은 평생친구..백수경 <인제대 교수.메디칼데포 대표>

백수경 얼마전 일간지에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공급시 기본사양으로 제공하는 빌트인(Built-In)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파트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냉장고,에어컨,벽걸이 TV 등 웬만한 가전제품은 모두 붙박이로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미 가전제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주할 때 멀쩡한 것을 버려야 하니 낭비가 심하다. 더 심각한 것은 입주후 몇 년 살다 이사갈 때 가전제품을 새로 장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가전제품에 온갖 첨단기능을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었다. 쓰지도 않는 복잡한 기능이 너무 많고 고장이 잦아 도리어 불편하기만 하다는 것이 실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주부들의 중론이었다. 이런 업체들일수록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것일까. 왕은 왕인데 수렴청정 당하는 발 뒤의 꼭두각시 왕이기 때문이다. "전하,이리 하셔야 하옵니다"하면 싫어도 참고 있을 수밖에 없고,"전하,아니 되옵니다" 한마디면 꼼짝도 못하는 신세다. 그러나 최근 고객관관계관리(CRM)가 경영이념으로 대두되면서 고객은 ''왕''이 아니라 ''친구''라는 말이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를 골라 따뜻한 우정과 도움을 주고받듯이 고객관계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고객을 많이 유치하는데 힘쓰기보다는 정말 우리가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을 선택하여 좋은 관계가 지속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점유율'' 대신 ''고객점유율''과 ''고객의 생애가치''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의 경우를 보자.한 사람이 평생 병원에 1백번 간다면 그 가운데 90번을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는 고객 한 명이,한번 오고 다시 안 오는 고객 90명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게다가 이 정도 충성스런 고객이라면 우리의 능동적인 파트너가 되어 주변 친지들에게 병원을 추천하는 홍보활동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오래 오래 정과 신뢰를 나누며 윈-윈(win-win)할 수 있는 친구 같은 고객을 찾아보자.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서로의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