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25時] (6) 세계는 '부패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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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사회의 부패 온상으로 주목받는 정치권에서 국회의원들의 대표적 자금조달 루트는 청탁,알선과 이를 통한 커미션 챙기기다.
청탁과 알선은 의원과 공식비서를 뒤로 물린 채 의원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비서를 앞세워 음성적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들통이 나더라도 의원은 결정적 단서를 잡히지 않는 한 여유있게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 검찰 특수부는 속칭 ''개인비서 비즈니스''로 불리는 알선 행위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최근 3년간 전·현직 국회의원 3백50명,도의원 1백여명 등 4백50여명에 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적발된 이들의 알선 행위는 무려 1만여건이었다.
커미션 챙기기의 가장 만만한 먹이는 정부,지자체들이 발주하는 공공사업이다.
개인비서들이 정치인의 위세를 앞세워 발주처로부터 예정낙찰가격을 알아낸 후 이를 응찰업체에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공무원들의 부패방지를 위해 공무원윤리법을 제정,과장보좌 이상의 직급이 건당 5천엔 이상의 물품이나 접대를 받으면 내역을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권개입을 막기 위해 2000년 11월 ''공직자 알선행위에 의한 이득처벌법''을 제정,시행 중이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와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 등을 구속, 명성을 날린 일본 검찰은 부패와의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성역없는 수사를 자랑하는 일본 검찰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개 검찰청에만 있는 특수부를 중심으로 부패척결에 앞장서고 있으며 정권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다.
◇미국=부도난 에너지중개회사 엔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 행정부 관료와 의원들에게 막대한 정치헌금을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은 선거자금관련 법개정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선거법에 따르면 미국은 개인들만 선거자금을 지원할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들이 낼수 있는 선거자금도 특정후보에게는 1천달러,당의 주(州)위원회에는 5천달러,당의 전국 위원회에는 2만달러로 제한되고 있으며 이를 포함해 한 해 기부할수 있는 최고 한도는 2만5천달러로 묶여 있다.
또 1백달러 이상은 현찰로 주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들이 낼수 있는 선거자금이 까다롭게 제한되고 있는 데다 각종 비영리단체에서 정치자금제공내역을 상세하게 공개,부패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기업은 지난 1907년부터,노조는 1947년부터 선거자금제공이 금지돼왔다.
그렇다고 기업과 노조가 정치자금을 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정당헌금이나 당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제공되는 ''소프트(Soft)머니''가 구멍역할을 하고 있다.
소프트머니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는 쓸수 없으며 당이 내건 이슈를 광고하는 등 운영비형태로 밖에 사용할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후보를 지원하는데 쓰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며 이런 관행를 틈타 많은 기업들이 일정한 대가를 바라고 대통령후보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제공해왔다.
소프트머니에는 제한도 없다.
◇중국=최근 베이징 인민대회당(국회의사당)앞에서 시민 1백여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리펑(李鵬)전인대 의장을 겨냥한 집회였다.
시위대들은 리 의장의 장남이자 인민무장경찰 고위 간부인 리샤오용(李小勇)이 직권을 남용,부당 주식 거래로 1백20만위안(1위안=약1백50원)을 착복했다며 리 의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베이징 한 복판에서 일어난 이 시위는 중국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관리들뿐만 아니다.
국유기업 역시 부정부패로 곪아가고 있다.
최근 중국은행 뉴욕지점에서 발생한 대출부패 사건은 단적인 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책임자였던 왕쉐에빙(王雪氷)이 건설은행 행장직에서 쫓겨났다.
부패가 기승을 부릴수록 단속도 엄격해지고 있다.
"내 관(棺)도 준비하라"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총대를 맸다.
이 과정에서 청커지에(成克傑) 전인대부위원장 등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내년 3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주 총리의 ''부패 소탕 작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도쿄=양승득·워싱턴=고광철·베이징=한우덕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