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25時] (6) (인터뷰) 보거 <주한호주뉴질랜드商議회장>

"부패를 줄이기 위한 지름길은 국제화입니다" 릭 보거 주한호주뉴질랜드 상공회의소(ANZCCK) 회장은 부패가 한국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된 데는 국민적 정서와 환경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축자재업체 RMD퀵폼코리아의 사장이기도 한 보거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뇌물을 대수롭지 않게 주고받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닫힌 사회였던 데다 혼자 힘으로 단기간에 경제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부패가 비교적 쉽게 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간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생활이 이뤄지고 법질서에 연연치 않는 문화에도 부패 확산의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운전자들은 빨간 불이라도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갑니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범법이라고도 생각지 않아요. 뿐만아니라 호주에서라면 엄청난 범죄로 치부될 수 있는 것들도 한국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거 회장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글로벌화. 그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은 법과 처벌로 엄격한 윤리 규범을 강요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다국적기업들도 공적인 관계에서 사리사욕을 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화에 따라 대외 개방이 가속화되면 이런 가치관이 확산되고 부패 문제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돼 비윤리적 관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