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이야기] '벤틀리 컨티넨털' .. 스피드.승차감 조화 이룬 스포츠카

1920년대 영국에서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라는 두 회사가 쌍벽을 이루며 자동차산업을 이끌었다. 롤스로이스는 조용한 고급 승용차로, 벤틀리는 고성능의 대형 스포츠카로서 나름대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벤틀리는 1920년대 ''르망 24시''에서 5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로 명성을 떨쳤다. 이같은 최고의 자동차 기술은 아마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의 타고난 기술적 안목과 기계에 대한 남다른 철학에서 나왔다. 그는 당시엔 실용화가 어려웠던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을 항공기 엔진에 적용해 1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돈을 번뒤 1918년 벤틀리라는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높고 큰 사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투박하지만 튼튼한 벤틀리 자동차는 1920년대 영국의 대형 자동차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제공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1931년 롤스로이스에 합병이 되면서 벤틀리만의 아이덴티티는 사라지게 됐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자신의 정숙함과 벤틀리의 터프한 성능이 어뤄진 ''조용한 스포츠카 벤틀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게 됐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롤스로이스와 같이 조용하지만 벤틀리에 의해 만들어졌던 벤틀리 스포츠카는 아니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경영진은 ''벤틀리다운 벤틀리 스포츠카''를 계획하게 됐다. 과거 벤틀리의 향수를 느끼도록 높고 큰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B'' 마크가 선명한 날개 모양의 벤틀리 고유장식을 달게 했다. 이 계획은 롤스로이스의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H.I.F 에번든''에 의해 착수됐다. 그는 경영진으로부터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빠르며 탁월한 승차감과 핸들링을 갖춘 조용한 스포츠카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는 고민 끝에 2차 세계대전 전에 개발이 중단됐던 ''커니쉬''를 생각했다. 이 차는 전투기의 조종석 유리창을 연상시키는 윈드실드 글래스에 뒤쪽으로 가면서 뒷머리를 잡아맨 듯 유선형으로 부드럽게 빠지는 전형적인 패스트 백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개발하면서 전쟁으로 개발이 중단된 차였다. 이 차를 베이스 모델로 ''커니쉬 2''를 구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차는 툭 트인 유럽대륙의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데는 적합했지만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은 영국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델명도 유럽대륙을 겨냥한 자동차라는 뜻의 ''컨티넨털''로 바꿨다. 결국 컨티넨털은 1952년 모습을 드러내 유선형의 아름다운 바디와 최고시속 1백85km의 가장 빠른 4인승 스포츠카로 기록되면서 당대 최고가의 자동차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1955년 롤스로이스에 의해 실버클라우드로 재디자인되면서 컨티넨털은 주문생산만을 하게 됐고 1962년에는 이름마저도 사라졌다. 그러나 30년이 지나 1991년 다시 태어난 ''컨티넨털 R''로 벤틀리의 향수를 일으키면서 성공적으로 리바이벌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