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앤더슨에 장.차관급 子女들 근무] 대형프로젝트 대량수주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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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앤더슨은 세계적인 회계 및 컨설팅 회사다.
고위 인사들과 고위 관료 자녀들이 근무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양승우 아더앤더슨코리아 총괄대표도 "대통령 아들도 특정 회사를 골라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직장 선택의 자유가 있고 유력 인사의 자제가 동시에 특정 회사에 근무한다고 해서 이를 비정상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아더앤더슨은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들의 용역을 수행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회사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주요 용역을 대거 수주해 왔다.
단순히 용역업무를 수행했던 데서 나아가 구조조정 계획을 입안하고 이를 실행하는 역할까지 맡아 왔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전직 장관급 등 유력 인사와 전.현직 고위관료의 자녀들이 이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들어 각종 용역사업들이 철저한 경쟁입찰 제도를 유지하고는 있다.
아더앤더슨이 수행한 프로젝트 =아더앤더슨은 이번 정부 초기부터 굵직한 컨설팅 업무를 맡아 왔다.
우선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의해 진행된 정부의 재정금융분야 경영진단, 우정사업분야의 구조조정 컨설팅 등을 수행했고 산업자원부가 추진중인 지자체 SOC 외자유치 자문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는 물론 채권단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하이닉스 자산부채 실사와 현대석유화학 구조조정 컨설팅을 담당했다.
또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외화자산 관리 및 매각 관련 컨설팅과 예보의 자산 매각을 위한 재정자문사 역할도 수행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세동회계법인으로부터 경영진단 컨설팅을 받고 세동을 흡수 합병한 아더앤더슨에 해외채권 평가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경영진단을 받았던 곳에 사실상 실행업무를 맡긴 셈이다.
산업은행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붕괴되면서 워크아웃을 위한 실사를 담당했고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오리온전기 워크아웃, 새한 구미공장 매각주간사를 맡아 왔다.
이해상충의 문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용역 발주자와 용역 수행업체의 관계다.
아더앤더슨 입장에서는 고문이건 직원이건 좋은 인재를 데려다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용역발주자의 입장에서 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업체에 고위 전직인사와 고위 관료의 자제들이 근무하면 이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예금보험공사 전직 임원이 용역 수행업체의 고문으로 옮긴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자산관리에 대한 컨설팅 및 자산매각 재정 자문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내막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아더앤더슨의 전 고문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자산 매각을 담당하는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으로 있다는 것도 모양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 대목이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아더앤더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돼 새로운 용역은 다른 업체에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업계의 일반적 관행 =이같은 유력인사 모시기는 아더앤더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아더앤더슨이 후발주자이다보니 뒤늦게 이같은 일에 동참했을 가능성이 높다.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을 비롯한 컨설팅 업체는 물론 대형 로펌들도 전직 관료 등을 대거 영입해 로비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더앤더슨은 초보적 수준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