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전망] 하락 기조 속에서 엔화 경계감 지속

이번 주(1.28∼2.1) 달러/원 환율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 업체의 월말 네고 물량 부담 등으로 하향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가 지난 주말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상존해 달러/원 환율은 하락 기조 속에서도 이에 대한 경계감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명의 국내외 외환 딜러에게 물은 결과 이번 주 환율은 1,317∼1,333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주 변동폭 1,319.00∼1,335.30원보다 약 2원 정도 낮은 수준. 10명의 딜러가 이번주 저점으로 1,320원을 제시했으며 역시 10명의 딜러가 고점으로는 1,335원을 예상했다. 환율이 1,335원선을 뚫고 오르리라고 예상한 딜러는 한 명도 없는 반면 1,305원선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한 딜러는 있었다. "달러/엔 환율이 아직 아래를 받치고 있어 하락 추세 전환은 아직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딜러도 있었지만 "(외국인 주식 매수 자금과 업체 네고 물량 등) 수급이 우선"이라며 환율의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본 딜러가 대부분이었다. ◆ 외국인 주식 매수 계속될 듯 = 지난 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42%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0.54% 하락한 데 그친 것은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4,535억원어치나 되는 주식을 순매수한 덕분이다. 주 후반 이틀에 걸친 순매수량이 5,004억원에 이르자 일부에서는 국가 신용 등급 상향 조정 따위의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 주말 역외 NDF 환율이 1,330원선 아래로 떨어진 데다 주식 매수 물량에 따른 부담으로 이번 주 초반 환율은 갭다운 하락해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앨런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과 확인으로 정점을 이뤘던 외국인 주식 매수세는 이번 주에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지역의 경기 지표는 경기 회복 징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미국 주식시장 상승과 한국 시장에서의 외국인 주식 매수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내구재 판매, 소비자신뢰지수, 개인소득, 공급관리기구(ISM) 지수 등은 증가세로 전환하거나 전달보다 상승, 혹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4분기 1.3% 위축됐던 미국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는 4분기 들어 마이너스 1.0%로, 위축의 정도가 덜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수출입 동향 주목 = 월말 들어 국내에서는 경기 산업생산, 도소매판매, 수출입 동향 등과 같은 지표가 발표된다. 산업생산과 도소매 판매 현황은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 파업에도 불구하고 전달에 이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역 수지는 전달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환율 불안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는 올 1월 들어 무역수지가 2억달러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 은행의 한 딜러는 "다음달 1일 발표되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나온다면 환율이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의 감소세가 한자리수%로 둔화될 경우 환율 상승은 저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9.6%나 감소했다. ◆ 엔화 변수 = 지난 주 약해지긴 했지만 원화에 대한 엔화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의 엔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발언으로 다시 급락한 엔화는 약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편 일본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다른 국가의 눈치도 봐야 하는 실정이어서 하락한다 하더라도 그 기울기는 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 재경부 관계자는 엔/원 환율이 990원선 아래로 내려간 상황을 우려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원화와 엔화의 연동성은 다소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딜러들은 달러/엔 환율이 134엔대 움직임을 계속하며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미국 지역 경기 지표 호전으로 달러/엔 환율이 135엔선을 시도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1,330원선을 다시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