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삼성종합기술원, '돈되는' 나노 개발 연 70억 투자

경기도 기흥에 자리잡은 삼성종합기술원(원장 손욱)이 미래 핵심기술인 나노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 열기로 후끈 달아있다. 종합기술원 실험동 4층의 FED(전계발광디스플레이)프로젝트팀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통하는 FED 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FED는 미크론(1천분의 1㎜) 크기의 수천∼수만개 전자총을 사용해 만든 수 ㎜ 두께의 평판 디스플레이 소자다. 고집적 반도체 소자인 탄소나노튜브 기술을 이용해 상용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이은홍 박사(CTO전략팀)는 "선진국 업체들도 FED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만큼은 삼성이 최고"라며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항상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말했다. FED는 초박형 절전형으로 해상도가 뛰어나다. 기존의 LCD(액정디스플레이)와 CRT(브라운관)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96년 나노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5대 장기육성기술 분야로 디지털,옵토,바이오,에너지와 함께 나노를 선정,세계 넘버 원(No.1) 기술개발에 도전장을 낸 것. 그러나 원천기술인 나노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웠다. 이에 따라 지난 2년동안 1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중심으로 나노기술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장기전략을 마련했다. 윤석열 상무(머티어리얼&디바이스랩장)는 "돈되는 나노가 뭔지를 찾아내는 것이 태스크포스팀의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종기원은 전자소자와 나노재료를 ''돈되는 나노'' 분야로 선정하고 혁신적인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키로 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나노 분야에만 50여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연간 7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키로 했다. 우선 전자소자 분야에서는 현재의 메모리 소자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고집적,초고속,저소비전력 특성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나노재료 분야에서는 전자소자용 재료와 관련 공정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종기원은 지난해 11월 이론수준에 머물러있던 고집적 탄소나노튜브 반도체 소자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윤석열 상무는 "반도체 사업은 4∼5년후면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이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테라급 나노소자의 국책개발사업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반도체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종기원은 최근 신 메모리 소자인 ''자기메모리(MRAM)''나 양자역학 개념을 도입한 ''단전자 소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노산업의 미래가 흔히 장밋빛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전략과 전술부터 잘 짜야 합니다" 손욱 원장은 "앞으로 힘을 조절해 가면서 세계 일류급 나노기술 개발에 온힘을 쏟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흥=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