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협상전선] (3) '現投매각 결렬 전날밤'.."잘된다" 헛짚어

지난 18일 이른 아침. 긴박한 뉴스가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현대투신 매입 협상을 벌여 왔던 AIG컨소시엄이 일방적으로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내용이었다. 아침 8시를 갓 지난 시각. 불과 전날 저녁까지만해도 "9부 능선을 지났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고 장담하던 금감위 관계자의 말과는 1백80도 다른 얘기였다. 금감위 최고위관계자 역시 바로 전날인 17일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렬과 관련한 17일자 일부 신문 보도에 대해 "분명히 오보"라고 언급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나중에야 "AIG측이 그동안에도 이런저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깨겠다는 ''최후통첩''을 열번이상 보내 왔기 때문에 17일 통보문도 그런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실무관계자는 "17일도 밤늦게까지 막판쟁점인 사후 손실보장 문제를 두고 협상 수정안을 주고 받으며 이견을 좁히는데 매달렸다"며 "새벽까지도 간격이 좁혀지지 않긴 했지만 새벽에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다른 협상 책임자급도 이날 새벽 협상이 결렬로 치닫게 될 줄을 몰랐기는 마찬가지. 전날 저녁까지만해도 이 간부는 "협상 타결시 또 헐값 매각 시비에 시달릴게 걱정"이라고까지 말했다. AIG측의 갑작스런 결렬선언을 예상하지 못했던 금감위는 18일 아침 급히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진화에 나섰다. 결과는 "AIG컨소시엄측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이 국익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 협상을 종료키로 결정했다"는 발표로 나왔다. 그러나 협상을 종료키로 한 것은 국익을 생각한 금감위가 아니라 AIG측이었다. 한국 정부는 끝까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