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시장서의 '생존무기'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1천위안(1위안=약 1백50원)이상을 줘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잘하면 5백50위안에도 갈 수 있다'' ''중산층 가구에 인기가 높은 푸캉(富康)자동차(1.4리터)값이 급기야 10만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요즘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가격인하 소식이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소비시장에서 가격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격전쟁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후 중국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들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독점파괴''정책으로 가격카르텔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투자업체 역시 가격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 업체들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베이징에서 모니터 영업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L차장. 중국 비즈니스 4년여 경력의 그는 지금처럼 장사하기 어려운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까지는 기술력으로 가격경쟁을 외면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놀랍게 좋아지고 있어 이를 무작정 외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상사원들은 가격압박을 ''중국기업 제품과 우리나라 투자업체 제품의 가격차이가 좁혀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기술적 우위를 더 이상 지키지 못한데 대한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LG전자 노용악 부회장은 "새로운 기술 고급서비스 등을 먼저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격경쟁의 탈출구는 당연히 고기술,고급서비스다. 기술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WTO시대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상사원들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업체는 외국 선진기업에 눌리고,중국 기업에 쫓기는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