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뉴욕은 '경찰半 시민半'

왈도프 아스토리아호텔.IMF 구제금융협상이 벌어졌던,한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뉴욕 맨해튼의 최고호텔이다. 이 호텔 주변에 요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엄청난 경찰병력.3천8백명의 병력이 2교대로 진을 치고 있다. 호텔 주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절반 가량이 경찰이다. 호텔 앞을 지나는 파크애버뉴의 1∼2㎞를 점령하고 있는 방송중계차 행렬도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볼거리다. 경찰과 방송중계차가 여기 몰리는 것은 31일∼2월4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때문이다. 30여명의 국가수반을 비롯 3천명에 달하는 VIP들이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대규모 행사다. 9·11테러의 홍역을 치른 뉴욕시가 테러 이후 치르는 가장 큰 이벤트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WEF는 올해 처음 뉴욕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 경제인들이 테러당한 뉴욕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는 스위스측이 안전한 회의를 보장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그만큼 테러리스트들의 좋은 공격목표라는 얘기다. 하지만 뉴욕시가 더 걱정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세계화 반대''를 주장하는 비정부기구(NGO)등 각종 민간 단체들의 시위다. 이들은 이미 99년 미국 시애틀과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WTO와 G8회의를 폭력으로 방해한 화려한 ''전력''이 있다. 이번 회의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주최측은 올해 토론주제가 ''세계화''보다는 테러 이후의 ''국제안보''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테러 희생자인 뉴욕에서 폭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일부 NGO단체들이 회의에 참여한다는 ''설득''도 곁들인다. 뉴욕시 경찰당국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용납하지만 폭력시위는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세계화''의 상징으로 시애틀 폭력시위의 주요 타깃이었던 스타벅스 커피숍은 이 호텔 부근에만 8개가 있다. 이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은 본의 아니게 매장 입구마다 서있는 경찰들과 마주쳐야 한다. 테러에 멍든 뉴욕시민들은 이유야 어쨌든 더 이상 폭력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