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현대차를 보는 日 '시각'
입력
수정
"아니,한국이 일본에 자동차를 수출한다고요? 만든다는 소리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밤 늦은 시각의 어느 택시 안.
50대 초반의 운전기사는 한국산자동차를 본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도 자동차를 만들고 있느냐는 물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텔레비전 세탁기 정도는 만드는 줄 알고 있었지만 자동차는 설마…"
그의 혼잣말 속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일본시장에 뛰어든 지 꼭 1년을 넘긴 지난 1월,일본언론에서는 현대차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사가 연이어 등장했다.
일본 언론에 비친 현대차의 모습은 아직 만족할 만한 점수가 아니다.
5천대 목표를 세웠지만 1천1백13대 밖에 팔지 못했다거나,값이 싸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투의 지적이 눈에 띈다.
경제적이면서도 좋은 차로 대접받고 있는 미국시장에서의 위상에 비하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평가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기사의 톤은 달라져 있다.
작년 1월 초 일본언론은 '한국차가 달려온다'고 전하면서도 성공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시장변화를 지켜 본 일본언론의 입에서는 이제 다음과 같은 지적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일본차와의 품질격차가 좁혀졌다. 일본 메이커들은 구미선진국 업체 말고 아시아 다른 나라(한국) 업체들도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한 신문은 도요타자동차 간부의 입을 빌려 현대차는 이제 일본차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쓰고 있다.
도요타는 현대차를 샅샅이 파헤치며 가격·품질경쟁력을 다시 평가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현대차의 도전은 만만한 싸움이 아니다.
철옹성 앞에서 광고비만 수십억엔 날리고 참패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한국산자동차의 지구상 마지막 시장이다.
현대차 1개사뿐만 아니라 수출한국의 자존심 또한 걸려 있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맘껏 달리지 못한다고 질책만 할 게 아니라 버거운 상대를 넘어설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북돋워 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이미 한국자동차 메이커들이 무섭다고 인정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