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지하경제 줄일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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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1995년 기준으로 최소한 국민총생산(GNP)의 14.3%인 52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거나 아예 처음부터 소득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는 과세형평을 해칠 뿐 아니라 뇌물 마약 매춘 등 각종 범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뿌리뽑아야 마땅하다.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도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한데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로 인한 4대보험 재정압박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돼 있는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물론 지하경제 규모추정에 대한 시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산업연관표를 통해 계산한 부가세 탈루비율을 GNP에 곱해 추정한 KDI 보고서는 지하경제를 좁은 의미에 국한시킨 것으로,추정방식이 달라지면 추정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세연구원은 국민소득 계정에서 집계한 소득과 지출의 차액을 적용해 지난 93∼94년간 지하경제 규모를 GNP의 16∼23%로 계산한 적이 있으며,현금수요함수를 이용한 자유기업원의 연구는 98년 기준으로 GNP의 26%선인 1백1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경제야 세계 어느나라에나 다 있지만 일반적으로 후진국일수록 그 규모가 크게 마련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99년 8월말 현재 국내 지하경제 규모를 세계 8위로 추정했고,최근 몇몇 해외 경제학자들은 GNP의 30∼50%까지로 추정했으니 국내 규모도 상당히 크다고 봐야 옳다.
더구나 경제 성장과 함께 지하경제 규모도 해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금융실명제 시행과 신용카드사용 증가로 상당히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점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부가세 탈루를 꼽을 수 있다.
연간 매출액이 4천8백만원 이하로 간주돼 매출액의 2∼4%만 부가세로 내면 되는 사업자수가 재작년말 현재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1백67만명이나 되니,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과세형평과 투명세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해마다 엄청난 금액의 부가세가 새고 있는 것도 큰 일이지만 매출규모를 줄여 소득세는 물론 건강보험료마저 적게 내게 된다는 점에서 연쇄적인 파급영향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세제개편만으로 지하경제를 근절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정경유착 차단과 조직범죄 소탕은 물론이고,금융시장을 비롯해 우리사회 전체가 좀더 투명해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