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택정책 올바른 방향..孫在英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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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토지관련 정책들을 보면 1980년대 초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각종 투기억제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다 2차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니 이번엔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마련,주택자금 지원 등의 시책을 폈다.
하지만 83년 부동산가격이 크게 뛰자 이를 진정시키려 새로운 투기억제 조치들을 발표했다.
이같은 투기억제-부동산 경기부양-다시 투기억제식의 정책변화 때문에 주택건설업자와 수요자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불과 몇년 전 '아파트 분양권 전매'까지 허용했다.
그러다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자 지난 1월8일 '투기우려지역으로 지정해 불법전매 단속,아파트 기준시가 현실화 등 행정제재조치를 하기로'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이달 초 부동산 경기 과열지역인 분당 일산 의왕 중동 평촌 산본 과천 등 수도권 8개 지역의 전·월세 가격을 조사키로 했다.
지난 83년에도 그랬지만,최근의 조치에서 '약효'가 확실했던 것은 중개업자 단속과 거래자들에 대한 무거운 양도소득세 부과다.
이로 인해 주택을 구입하려던 사람들은 구입을 늦추고,중개업자들은 문을 닫아 걸으니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파트가격은 정지 또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미봉책이다.
'올라야 할 때는 어쨌든 오르며,내려야 할 때는 정부가 무슨 대책을 세우든지 내린다'는 것을 장기주택가격추이는 잘 보여주고 있다.
중개업자 단속과 같은 임기응변책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주택·토지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리며,일단 개발된 토지와 주택은 많은 국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기 때문이다.
토지개발과 주택건설 관련 주체들이 정책방향을 믿지 못하게 되면 주택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없게 된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이후 4년여 동안 발표된 주택·토지정책들은 장기 정책비전면에서 과연 어떨까?
토지와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투기 대상이 되기 쉽다.
때문에 정부가 개발 시기와 물량,개발주체와 공급가격까지 세세히 정해야 한다는 '통제적 시각'이 과거의 토지·주택정책의 기조였다.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 자율화,주택공급규칙 개정,그린벨트 규제완화,부동산관련 금융의 자유화,자산유동화 제도나 부동산투자회사 제도 도입 등의 시책들은 과거에 비해 시장의 역할을 높였다.
또 임대주택 건설의 지원확대,국토이용 계획체계의 전면 개편,수도권 신도시 건설 계획 등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정책이 개입할 필요를 충족시킨다.
이처럼 토지와 주택문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되,정책개입이 이를 보완하는 체제가 구축돼 간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는 강남지역 주택가격 상승과 같은 국지적 문제에 성급하게 대응해 모처럼 고개를 드는 주택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고,그린벨트 규제완화를 주택문제로 포장하며,경기침체기에 도입한 경기부양책들을 정리하지 못한 가운데 느닷없이 아산신도시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이들은 장기 정책비전과 무관하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준농림지역 난개발 대책이 장기적인 택지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와 △지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수도권의 도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수도권 입지규제의 개편 △토지개발의 큰 애로이면서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농지전용 규제완화 △수도권 신도시 건설과 함께 일자리를 같이 넣어줄 수 있는 공업입지 정책 개편 △국민주택기금의 장기 재정안정성 확보다.
주택에 관련된 문제는 단시일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들에게 참을성을 갖도록 호소하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방향을 수립해 꾸준히 추진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법이다.
jyson@kkucc.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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