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수난시대" .. 한국 사업환경 '세계표준'과 안맞아 곤욕

"외국기업 수난시대" 국내 진출 일부 외국기업들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부딪히며 한국시장에서 수난을 겪고있다. "세계 표준"대로 사업하다보니 국내 사정과 안맞아 갈등을 겪을 때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정부의 정책과 출동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국내 진출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철저한 시장논리가 우선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경우 신약 판매를 앞두고 몹시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국내 10개 시민 단체가 노바티스가 특허를 갖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강제 실시권"을 특허청 서울사무소에 청구했기 때문. 일반적으로 국가 재난상황이 아닌 이상 제약사의 특허권은 불가침 영역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노바티스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약값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바티스코리아가 맞서면서 시판이 늦어지자 환자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대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바티스 관계자는 "수입원가가 2만원을 넘고 세계 공통으로 2만5천원대에 팔기 때문에 정부가 고시한 1만7천8백원에는 팔 수 없다"며 "무상공급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미 50억원을 부담했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더이상 손해보며 약을 팔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1조원이 넘게 들인 투자로 얻은 특허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현재 노바티스는 정부의 요구대로 국내 5백명 백혈병 환자중 가속기 및 급성기 환자 1백69명에게 무상으로 글리벡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특송업체 페덱스코리아는 80일째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파업으로 고객의 절반가량을 잃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매출도 크게 줄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사태의 발단은 직급에 따라 상한선과 하한선을 둔 외국식 성과급제도이다. 2백80명 임직원중 1백50명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두달간 파업한 게 지난해 가을. 최근에는 해고 및 정직된 22명을 복직시키라며 70여명이 2차 파업에 돌입해 사측이 지난달 30일부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사태수습보다는 사태악화를 초래하는 방침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1차 파업 기간동안 미국 본사에서 대체 인원을 투입하는 등 공룡 다국적기업이 막강한 인력과 자금력을 동원해 국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고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페덱스 관계자는 "성과급 제도는 전세계 페덱스의 공통된 원칙이고 국내법 위반자를 복직시킬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영국 담배회사 BAT코리아는 경남 사천에 담배공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껏 외국투자지역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외국자본이 1천억원 이상 투자되면 외국투자지역으로 선정돼 세금 혜택을 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잎담배 재배 농민들이 국제가격보다 2~3배 비싼 국산 담배잎을 BAT가 사주겠느냐며 반발하는데다 위해산업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지역민의 주장에 직면,외국투자지역으로 선정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열릴 예정이었던 선정 위원회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이다. 이처럼 일부 외국기업들이 국내에서 마찰을 불러 일으키자 외국기업들의 태도에 대한 따가운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해당지역의 문화와 제도 등을 무시한 채 무조건 세계표준만을 고집하는 경직성이 마찰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헬스 프랜차이즈인 캘리포니아휘트니스센터는 잦은 가입비 변경과 35일 이전에 신청해야만 회원비 이체를 중단해주는 제도 때문에 피해자 모임이 결성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제도"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