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축구대표팀이 동네북인가..柳東吉 <숭실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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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이기고 지는 건 승부세계에 늘 있는 일인데 경기에 지면 큰 탈이라도 난 듯 야단이다.
승패에 국운이라도 걸린 듯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부족한 점을 메우고 약점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이런 법석 조금 떠는 것이야 어떨까만,실력은 낮은데 기대가 너무 커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이런 야단법석은 월드컵이 시작되면 절정에 이르지 않겠는가.
이번 미국에서 열린 북중미 골드컵대회에서 거둔 1승1무3패라는 초라한 성적,빈약한 득점력은 분명 불만스럽지만 그게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문제점으로 체력과 스피드 열세,골 결정력 부족,문전처리 미숙,수비불안 등이 이번에도 지적됐지만,이건 따지고 보면 상대적인 것이다.
상대팀이 강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선수층은 두텁지 않은데 부상선수와 해외파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어 결과가 나빴다는 풀이도 있다.
어떤 이유를 갖다대건 한마디로 실력이 모자란다는 걸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의 거취와 지휘체계를 문제삼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감독이 선정되든 처음에는 조용해도 시간이 흐른 뒤,중요한 경기에서 결과가 나쁘면 그런 기회를 틈타 감독에게 책임을 돌리고 판을 새로 짜는 일을 거듭해 온 게 한국축구계였다.
역대 대표팀 감독치고 명예롭게 물러난 사람은 드물다.
이게 우리 축구계의 뒷모습이다.
이래서 잘잘못을 지적하는 비판과 비난과의 차이를 가늠하기 힘든다.
선수들의 기량을 연마시키고 선수의 능력에 걸맞은 작전을 구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감독에게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아무리 유능해도 선수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상대가 강하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축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의 벽은 엄청나게 높은데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 '16강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16강에서 한발 더 나아가 8강까지 가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축구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고 애정 또한 많기 때문이리라.근거 있는 기대인가,막연한 희망사항인가를 따져볼 겨를도 없다.
축구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라도 하면 비애국자로 몰릴 판이다.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나자 한국과 같은 조의 포르투갈과 폴란드는 웃었고 미국도 한숨을 돌렸다는데,우리는 미국을 첫 승리의 제물로 삼고 폴란드와는 비기는,그래서 1승1무1패로 16강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시나리오인지 모르지만 첫승의 제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는 미국은 알고 보니 강한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랭킹에 따르면 우리와 맞붙을 포르투갈(4위),폴란드(31위),미국(24위)은 한국(42위)보다 훨씬 앞선 순위다.랭킹이라는 것도 축구공은 둥글기에 의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이번 골드컵에서 한국이 랭킹 9위의 멕시코에 이겼고,92위의 캐나다에 진 것은 이를 말해준다.이변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걸어야 하고 온힘을 기울여 도전해야 한다.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능력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한국축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희망은 있다.
올라 갈 계단이 높고 도전할 기회가 많으니 오히려 행복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쓸만한 선수는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려면 현란한 개인기를 가진 선수들로 팀을 짜서 조직력을 다져야 한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좀 멀리 내다보고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은 경기결과만으로 비교되지 않을 것이다.
16강에만 매달리다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그 허탈감은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성적이 어떻든 그게 뭐 대수인가.
우리 팀이 열심히 준비해서 잘 싸우는 것으로 족하다.
결과가 좋으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월드컵을 진짜 축제로 치러야 한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막힌 기회다.
그러니 기본질서부터 지키고 우리 문화와 전통,우리의 좋은 모습을 온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 준비를 해야 한다.
yoodk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