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협상전선] (6) '現投매각 어떻게'..내부조율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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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투증권 매각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말이 원점이지 실은 AIG컨소시엄보다 불리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협상이다.
정부는 AIG컨소시엄과 맺은 양해각서(MOU) 수준은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협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현대증권부터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외자유치의 방식이나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비율과 같은 투자 구조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협상은 가격산정 문제"라고 강조했다.
역시 가장 큰 쟁점은 현대증권 신주발행가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설명.
지난해 MOU 체결 직후 AIG는 7천원의 신주발행가를 요구해 결국 관철시켰지만 지난 연말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7천원을 그대로 끌고갈 수는 없다는 것이 현대측 판단이다.
현대측의 이 관계자는 "시장 여건이 달라졌고 새로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종전의 7천원은 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과연 언제쯤 매각협상이 끝날 것인가.
타결시기에 대해서도 양측의 전망은 크게 다르다.
정부는 "분위기가 좋다" "조기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 관계자는 "올해중 타결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정부와 현대의 추후 협의과정도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된 다음 "원인이 무었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경험들이 부족해서…"라며 아쉬워했다.
뒤집어보면 믿고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미덥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협상 상대와 부딪히기에 앞서 내부조율부터 해야 하지만 재협상을 앞두고도 다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는 꼴이다.
서두르는 듯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태도 역시 문제다.
금감위는 미국계 푸르덴셜이 인수의향서(LOI)를 건네온 것만으로도 고무된 분위기지만 LOI란 것은 말 그대로 의사 표시에 불과하다.
지난해 AIG와의 MOU 체결 발표 때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던 정부가 또 비슷한 조급증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현투증권 재협상 대상그룹은 현재 3개 후보가 있다.
AIG측과 공동투자를 추진해온 윌버 로스가 당초 제시한 대로 1조1천억원의 투자자금을 끌어모아 다시 협상테이블에 나타날 수 있다.
그는 지난 2일 국내에 들어오려다 '건강상 이유'로 방한을 미뤘다.
푸르덴셜의 인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푸르덴셜이 그동안 한국투자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어왔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
이밖에 다른 또 한 곳의 투자은행이 인수 의향을 전했다고 금감위는 밝혔지만 투자주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표시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부실기업 해외매각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일 김대중 대통령은 재정경제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해외 매각도 적정가격을 받아야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물론 이 말은 하이닉스반도체나 대우자동차 매각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반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잇단 해외매각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