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협상전선] (6) '전문가 협상전략 충고'..상대 실체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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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려 달려드는 한국은 실패할 것이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모씨는 어느 외국 특파원이 한국사회를 총평하면서 했다는 이 말로 백전백패하는 한국협상을 설명했다.
대외협상 업무에도 적잖게 관여한 그는 "AIG는 미국에서도 '가장 잔혹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그들은 미국에서 '앉아서 백악관을 부리는' 사람들인데 우리는 의사소통도 어려운 수준이니 길게 말해 무엇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AIG와의 협상을 돌아보면서 "섣불리 대하다가는 보복당한다"며 사후에라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서도 마이크론은 하이닉스가 '문을 닫으면 닫아서 좋고, 오래 끌면서 절반쯤 지치게 만들어도 좋은 꽃놀이 패'를 가진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직 관료를 포함, 전문가들에게 앞으로 AIG 이후 현투증권 매각에서 협상팀이 염두에 둬야 할 주의점과 반성점을 들어봤다.
요점은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상대방을 면밀히 연구, 실체를 파악하라
△외부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하라. 민.관 합동팀도 좋다. 민간전문가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상 당사자의 현장 판단을 중시하라
△시간을 끌면 기업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매각 시한을 스스로 못박지는 말라. 특히 국내 정치일정을 의식하지 말라
△협상실무자에게 면책권을 줘라
△최후의 복안(마지노선)을 염두에 두라. 90% 성공이란 없다. 성사냐, 결렬이냐 결과로만 남는다
△'트릭'도 필요하고 적절한 언론플레이도 유용하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