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막판협상 안팎] 조건 봐가며 '피말리는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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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체 시장판도를 좌우할 하이닉스반도체-마이크론-인피니언 3개 업체간 짝짓기가 막판국면에 도달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의 마이크론사와 독일 인피니언사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가 이번주 중 판가름날 전망이다.
현재로써는 한발 먼저 협상을 시작해 매각대금수준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마이크론쪽이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인피니언이 뒤늦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어 막판 뒤집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시장 판도변화=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인피니언이 뛰어든 것은 반도체업체간 "생존경쟁"이 그만큼 격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D램값이 올라가면서 반도체업체가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영업환경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게 현실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2,3,4위인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언간 피말리는 협상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메모리분야를 사들이면 마이크론은 D램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2000년말 기준 35.8%)업체가 된다.
삼성전자는 20.9%로 2위로 밀려난다.
반면 9.4%를 차지하고 있는 인피니온은 3위로 한단계 순위는 올라가지만 사실상 1,2위업체에 한참 못미치는 군소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시장을 과점하게 될 상위업체들이 D램가격을 조정하게 되면 인피니언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인피니언이 하이닉스와 손잡을 경우 마이크론은 선두인 삼성전자에 끌려다니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두 회사가 하이닉스를 놓고 한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인수경쟁에 뛰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이닉스를 놓칠 경우 두 회사중 하나는 자칫 반도체 업계에서 사라질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언 사장은 "하이닉스가 물리치기 어려울 정도의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금 38억~40억달러를 놓고 마이크론과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 채권단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발언이다.
인피니언은 지분맞교환을 통해 공동경영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지분 20%를 받는 대신 인피니언 지분 일부와 현금을 주겠다는 조건이다.
이같은 조건은 하이닉스측에서 볼 때 한결 유리한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메모리공장을 인수하는 자산매각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매각대금은 채권단의 부채를 갚는데 쓰인다.
하이닉스는 메모리분야를 포기하고 비메모리분야의 중소업체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다.
반면 인피니언의 제안은 하이닉스와 공동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분한 자금이 들어와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주지는 못하지만 회사는 계속 생존할 수 있다.
종업원의 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채권단의 반응은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인피니언이 마이크론에 비해 현금동원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거리를 두는 자세다.
하지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인피니언의 제안에 대해 "조건이 더 좋다면야"라며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 관계자도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자산을 사가는 것이기 때문에 잔존법인 처리나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 등 걸림돌이 많아 양해각서(MOU)를 맺더라도 본계약이 체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피니언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전망=박종섭 하이닉스사장은 현재 미국 현지에서 마이크론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는 8일까지 협상타결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방한하는 인피니언측도 8일까지 하이닉스에 가부간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하이닉스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무게중심이 더 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간도 문제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이크론과는 두달 전부터 협상을 시작해 막바지에 도달했다"며 "가부간 결론을 먼저 내야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마이크론과 협상에 우선 집중하겠다"며 "인피니언과의 협상은 차선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