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혐오증 걸린 회사는 망한다" .. 노동부, 노사실패사례집

노동부는 노사갈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10개 회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우리회사,결국 망했어요"라는 책자를 5일 발간했다. 이 책자는 기업의 무형자산인 노사관계가 불안할 경우 수십년간 피땀으로 쌓아온 성과물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노사협력 실패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본다. 노조에 알리면 안돼=염색 업체인 S물산.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 인근의 한 염직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근거없는 얘기였지만 회사측이 명확한 정황 설명을 하지 않았기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근로자들은 회사 말이라면 덮어놓고 믿지 않게 됐고 이러한 노사불신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졌다. 충남 아산 소재의 I금속도 마찬가지 경우다. 노조와의 사전 협의없이 정리해고,아웃소싱 등을 실시한다는 소문에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5개월간의 장기 파업 끝에 결국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무조건 안돼=건설회사로 출범한 H사는 99년 유가공업체를 인수하고 식품업종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사업확장을 도모한지 1년4개월 만에 새로 인수한 공장 중 한곳을 폐쇄해야 했다. 회사 인수 후 노조가 생기면서 "80년 무노조 원칙"을 지키던 경영주와 극심한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노조는 안돼"라는 경영진의 노조 혐오증이 결국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D종합병원은 상급 단체에 의존하던 신생 노조에 대한 회사측의 불신이 증폭돼 노사가 공멸한 사례다. 상급 단체나 일부 강경세력에 의해 집단행동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회사측의 우려가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 것이다. 내가 먼저 살아야 돼=필기구 전문업체인 M사.한때 주력제품인 샤프펜슬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했지만 신제품 개발에 따른 자금난으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회사측은 최후의 카드로 해외 매각을 추진했으나 노조측은 체불임금 청산,고용승계 없는 해외매각 반대를 명분으로 가두투쟁에 나서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강성 노조에 부담을 느낀 해외업체와의 매각 협상은 결렬됐고 회사는 파국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