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身土不二 학교급식 .. 현의송 <농협 신용대표이사>

eshyun@nonghyup.com 1990년대 중반 이후 학교급식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은 사시사철 따뜻한 밥에 다양한 반찬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학부모들 또한 도시락 준비라는 고역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고등학생을 둔 이웃들로부터 자녀들이 학교급식을 싫어해 다시 도시락을 싸가거나 학교 근처에서 인스턴트식품을 사먹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급식을 기피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만도 하다. 학교급식이 영리를 추구하는 업자의 손에 맡겨져 질이 낮은 농산물로 식탁을 채우는 곳이 많고,학교급식에서의 식중독 발생이 우리나라 전체 식중독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위생문제도 열악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데 장차 동량으로 성장할 청소년들의 학교급식마저 경쟁논리에 치우쳐 질이 떨어지고 청소년들이 외면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선진외국에서는 급식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학교급식을 철저하게 비영리로 학교에서 직영하며,자국 농산물의 수급조절과 장래의 식량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니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 잉여농산물에 의한 빵 급식으로 국민의 입맛이 서구화돼 식량자급률이 최하위로 떨어지자 유기농산물과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 최고품질의 급식재료로 맛있는 쌀밥급식을 제공함으로써 전통 식문화를 유지·계승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급식재료를 자국산만 사용하도록 강제화하면서 정부 급식지원 예산의 일정비율을 현물로 지원하고 가격이 폭락하는 품목은 정부에서 매입해 공급하는 등 학교급식을 국내농산물의 소비확대 및 수급안정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과일·채소를 중시하는 동양식 표준식단을 만들어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다. 학교급식은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식습관 형성을 통해 국민전체의 건강을 좌우하고 농업구조에 영향을 미쳐 장래의 식량안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돼감에 따라 학교급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우리농산물로 전통 식문화를 유지·계승시켜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고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학교급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