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 탈북자 극적 再탈출 .. 98년 국내정착 유태준씨

지난 1998년 12월 남한으로 귀순했다가 아내를 데려 오기 위해 2000년 6월 재입북했던 유태준씨(34)가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 지난 9일 재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탈북자가 재입북한뒤 재탈북에 성공해 입국한 것은 처음이다. 1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입국 즉시 관계기관으로부터 이틀간 재입북과 재탈북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은 뒤 11일 대구에 정착한 어머니 안정숙씨(60) 등 가족들에게 인계됐다. 유씨가 아내를 탈북시키기 위해 중국을 거쳐 북한 접경 송정툰 역에 도착한 것은 2000년 6월. 오전 3시께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 4명이 강건너에서 아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해 건너갔으나 거짓이었다. 내친김에 아내가 사는 함흥까지 가서 사흘이나 아내의 아파트 앞에서 동태를 살폈다. 인근에서 장모를 만났지만 당국에 신고를 해 급히 열차를 타고 무산까지 돌아왔으나 같은달 19일 보위부원들에게 붙잡혔다. 2001년 1월 재판에서 38년형을 선고받고 평양 보위부 감옥에서 복역 도중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11월10일 극적으로 탈출했다. 기차 객차 위에 누워 함흥을 거쳐 길주 부근까지 갔고 여기서부터 걸어 혜산까지 가 11월 30일 압록강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유씨는 재탈북후 중국당국에 체포됐으나 70일간의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한국국적을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강조해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모면하고 지난 9일 한국으로 출국조치됐다. 유씨는 당초 재입북 후 공개 처형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지난해 6월12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정보원과 결탁된 외삼촌, 어머니, 동생의 모략에 걸려 남한으로 끌려갔다가 북한으로 귀환했다"고 주장했었다. 유씨의 어머니 안씨는 "아들에게 들으니 북한에 있던 친척들이 우리 때문에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며 "이제는 남아 있는 가족도 없으니 숨길 것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