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다지기, 실적주 접근

종합지수가 차익매물을 소화하며 790선에 진입, 시장의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목요일 2월물 옵션 만기일에도 불구하고 56포인트나 급등하며 796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단기 급등 경계감에 따라 금요일 조정을 보인 뒤 꾸준히 장세를 다져가고 있다. 설 연휴 이후 미국 경기 및 주가 상승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된 뒤여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추가 매수에 대한 부담이 있으나 매도 역시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상승을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시장에서는 800선 돌파 시도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으면서도 지수 급등 이후 재료나 모멘텀이 적어 일단 750∼800선에서 '터 다지기'가 좀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면서 단기 급매도 세력은 감소하는 반면 이익실현 뒤 저가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지수가 급등과 함께 급등 종목이 증가, 개인의 가격 부담이 높아졌고 외국인과 기관도 추격 매수 역량을 점검중이라는 점에서 주총을 앞둔 실적 발표를 염두에 두며 순환매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미국 등 해외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수급차원에서 안정감이 생겨나고 있다"며 "조정 중에서도 대형주와 실적호전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돌아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종합지수 790선 회복 =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6.78포인트, 0.87% 상승한 790.37로 마감했다. 장중 782∼795선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다 790선 안팎에서 공방을 벌이며 차익매물을 소화했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98.85로 0.75포인트, 0.76% 상승했다. 장중 97.65를 저점으로 99.50까지 올랐으나 추격 매수가 제한되며 99선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거래소에서는 외국인이 74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이 은행권 매물 증가로 192억원의 매도우위로 마쳤다. 개인은 장중 순매도에서 392억원의 순매수로 마쳤다. 은행권의 한 트레이더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면서 종목별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 급등으로 차익매물을 내놓았으나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선물간 가격차이인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콘탱고가 빈번해진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를 불러들이며 수급안정에 도움이 됐다.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 0.03으로 마쳤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매매를 중심으로 공격성보다는 매물 공방을 벌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가 비차익 1,050억원을 위주로 1,660억원이 유입됐다. 매도는 비차익 1,180억원을 중심으로 1,375억원이었다. 종목별로 삼성전자가 외국인 차익매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유지했고, 그동안 오름세에서 소외됐던 SK텔레콤이 상승률 메우기에 나서며 3% 이상 올랐고 한국통신도 1%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의 KTF도 5%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통신주가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다. 기아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 발표 소식에 7% 가까이 급등하며 현대차 등 운수관련 업종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가 근접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실적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지난주 마이크론의 금융지원을 통한 매수 의사표시와 함께 비메모리분야 존속법인에 대한 생존 문제가 불거지며 5% 이상 급락했다. 합병 재료로 상승한 터여서 독자생존론은 시장의 미더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거래량이 4억3,000만주에 육박하며 거래소 절반 가량이나 대량 터졌으나 주가는 장중 1,715원의 연중최저치까지 급락한 가운데 1,910원으로 마쳤다. 아울러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이 은행업종은 외국인 등의 차익매물로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은행, 전기가스나 음식료, 의약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이 모두 상승했으며, 상승종목은 상한가 37개를 포함해 526개, 하락종목은 하한가 8개를 포함해 280개였다. ◆ 하이닉스 재료가치 희석, 부시 방한 주목 = 시장에서는 앞으로 하이닉스 처리에 대해서 '시장에는 긍정, 종목에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탐욕스런' 마이크론의 금융지원·향후 부실 보장 등 조건부 인수 제시안이나 채권단의 금융지원을 전제로 한 독자생존론이 미덥지 못하다. 협상단계가 다시 '구속력 있는 MOU'로 간다고 하더라도 채권단 내 이견이나 소액주주 문제 등 아직 갈 길이 멀어 재료가치도 감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하이닉스가 실망 매물이 급증하면서 연중최저치로 급락,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기술적 챠트도 이미 망가져 당분간 모멘텀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하이닉스가 지난해 이래 구조조정 관심이 제고되면서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재료가치 희석과 처리지연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개인의 '하이닉스 탈출'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은행과 개인의 투자심리, 거래소 거래량이 시장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한편에서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개인의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번주 시장 전체적으로 지난주 설 연휴 이후 급등한 뒤 재료와 모멘텀이 적어 박스권 장세를 예측하는 의견이 앞선다. 미래에셋증권의 박성민 트레이더는 "지수 급등 뒤지만 삼성전자가 견조해 차익매물을 받아낸 뒤 800선 시도가 펼쳐질 것"이라며 "그러나 연초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 실적 발표와 함께 제조업 중심으로 업종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엔론 분식회계 의혹이 IBM이 슬그머니 사업부문을 매각해 실적을 맞췄다는 데까지 증폭되고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기대치에 못미쳐 실망감이 퍼진 가운데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장에 들어갔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따라 △ 일본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 및 환율 변동성 △ WTO 가입 이후 중미관계의 진전 여부 △ '악의 축' 발언 이후 북미관계 및 정부의 햇볕정책의 진척 여부 △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 철강 등 통상현안 등 '부시 방한의 숨은 정치경제적 논리'가 부각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 경기회복 속도 지연 및 신축적 통화조절 △ 설 이후 MMF 등 투신권 자금 유입 지속 △ 주주총회 시즌 진입에 따른 12월 결산법인의 실적 발표가 장의 흐름과 연계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 부시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미일간 시장공조 및 금융위기감 진정 등의 효과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국내는 대북관계에 대한 한미간 입장 조율 등의 분위기에 따라 재료보다는 장중 모멘텀을 찾아가는 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