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 10개 개최도시 준비상황 점검 : 열성팬 박용식씨

"월드컵 축구경기요? 만사를 제치고 응원하러 가야지요" 대전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박용식씨(41)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경기장으로 달려간다. 우리 팀이 골을 넣고 난뒤 TV카메라가 환호하는 관중석을 비출때 "붉은 악마"들과 함께 태극기로 만든 조끼를 입고 얼굴에는 태극마크 페인팅을 한채 꽹과리를 치며 미친듯이(?) 응원하는 사람이 바로 박씨다. 업소 사장이라는 공식 직함이 있지만 그는 언제나 가수 김흥국씨가 이끄는 아리랑응원단의 응원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축구장 꽹과리 아저씨" "태극조끼 사나이" "축구 미치광이" 등 축구와 관련된 수많은 별명을 달고 다니는 그는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장사도 제쳐둔다. 응원도구를 챙겨든 채 서울행 기차에 올라 타거나 20여일씩 외국을 쫓아다니며 한국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박씨가 축구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부터다. 이라크가 극적으로 일본과 동점을 만들어 우리가 월드컵에 진출하는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그는 바로 미국행을 결심했다. 미국으로 날아간 그는 축구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된 또 한번의 짜릿한 경험을 맛보게 됐다. 2대0으로 패색이 짙던 스페인전때 경기종료를 앞두고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고 교민들과 어울려 눈물을 흘리면서 아리랑을 불렀던 기억은 그가 축구장을 자꾸만 찾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계기가 됐다. 경기장을 빠짐없이 다니다보니 항상 짜릿한 일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살벌한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 중국전에서 우리가 승리하자 10만 홈관중이 우리 응원단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여 불꺼진 경기장에서 2시간동안이나 불안에 떨기도 했다. 그는 요즘 축구광이 아니면 생각도 못할 또하나의 일을 꾸미고 있다. 우리나라 축구응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 식당을 준비중이다. 1년전부터 월드컵 개막이전에 오픈을 목표로 준비해 온 전시관은 그동안 국내외 경기장을 돌며 응원했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그를 유명 인사로 만들어준 태극조끼를 비롯 축구응원용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