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물리친 '클린 공무원' .. 건축직 7급 노종섭씨

"민원인이 제게 보낸 1천만원 현금 다발을 보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봤길래 이러나...' 하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했고요. 딴 생각할 필요 없이 돈을 돌려주기로 했지요" 국회의원부터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공직자 등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이 검은 돈을 받았거나 비리 연루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세태에 민원인이 건낸 1천만원을 즉시 되돌려준 하위직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성동구 주택과에 근무하는 건축직 7급 주사보 노종섭씨(40.노원구 공릉동 두산아파트). 지난 14일 밤 오후 10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노씨는 부인이 건넨 쇼핑백을 열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쇼핑백에는 1백만원짜리 지폐 다발 10개가 들어 있었다. 노씨는 자신이 없는 사이 어떤 사람이 업무 서류라며 두고 갔다는 얘기를 부인에게 전해 들었다. 노씨는 지난 7일 구청을 방문한 한 민원인을 떠올렸다. 이 민원인은 성동구 금호 제7지구 주택재개발지구 내 다가구주택 소유주. 그는 현재 8가구가 살고 있는 이 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해 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재개발로 수용될 때 가구별로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어 주택 감정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에 재개발수용지역 민원인들은 기를 쓰고 청탁을 하게 마련. 노씨는 주택재개발 사업시행 고시일로부터 60일이 지나 변경 조치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간곡히 설명한 뒤 민원인을 되돌려 보냈던 기억이 났다. 노씨는 즉시 민원인에게 연락을 취해 돈을 찾아 가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5일 민원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불통이었다. 노씨는 어쩔 수 없이 서울시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했고 1천만원은 민원인에게 반환됐다. 클린신고센터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업무수행중 본의 아니게 받은 금품을 자진 신고하는 곳. 노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혹시 민원인이 난처해질지도 모른다"며 공식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부했다. 고건 서울시장은 노 주사보를 불러 격려할 계획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