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수백억 날릴판 .. 구조조정 삼성 대구땅 잘못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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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사가 삼성그룹 계열사의 기업구조조정 부동산을 잘못 매입한 여파로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토지공사 경북지사는 최근 대구 도심의 최고 노른자위 땅인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 부지 2만2천평을 오는 27일부터 감정가 6백79억원에 2년 무이자 분할납부조건으로 팔기로 했다.
지난 2000년 6월 감정가 7백12억원에 공개경쟁방식으로 입찰에 부친 뒤 2년간 계속 유찰된 것을 감안, 수의계약방식으로 매각키로 했다.
이곳은 3천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데다 할인점 등 편의시설도 밀집돼 있어 최소 7백5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부동산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런데 그간 매입희망자가 나서지 않았던 것은 부지 중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명의로 돼 있는 도시계획도로(1천6백63평)와 하천구거(1백88평) 때문이다.
지난 98년 토공이 이 땅을 삼성물산에서 5백53억원(평당 2백53만원)에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으로 사들이면서 규정 때문에 비수익성토지인 도로와 하천구거는 매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땅은 도로용지와 하천구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토지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건축물도 지을 수 없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삼성은 토공에 매각한 땅을 되사들이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도로와 하천구거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토공은 삼성에서 사들인 이 땅 때문에 2백억 이상의 금융비용을 부담한데 이어 앞으로도 제 가격에 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