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高手 총출동...700여명 '열전'..'아마여류국수전' 개막


국내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29기 아마여류국수전이 26일 한국경제신문 1층 특별대국실과 18층 다산홀에서 성대하게 개막,이틀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기원·한국여성바둑연맹·문화행동이 공동주관하며 LG홈쇼핑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여류아마강자와 바둑동호인 7백여명이 참석해 여성바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대회에는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가족단위로 참가한 어린이들이 특히 많아 눈길.


대부분 꿈나무조(유치원∼초등4학년)에 출전한 이들 어린이들은 한수한수 오래 생각하기 보다는 속기로 일관한 점이 특징.


그러나 한편에서는 어른들 못지 않은 신중한 모습으로 골똘히 다음수를 생각하는 모습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인천부곡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임다운양(1급)은 "처음에 오빠따라 바둑을 배웠는데 둘수록 재미있다"며 "앞으로 실력을 더욱 연마해 훌륭한 여류프로기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상급 아마강자들이 총출전한 최강부에서는 초반부터 강호들이 잇따라 탈락하는등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 24기(97년)와 27기(2000년) 두차례나 아마여류국수에 오르며 여자바둑계의 강자로 군림했던 도은교양(17)이 예선 4조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프로기사 이세돌 3단의 친누나인 아마강자 이세나 아마5단도 예선5조에서 초반 2패로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날 대회장에는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부인인 한인옥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한일랑 한국기원 상임이사의 초청으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한 여사는 "어릴때 아버님이 바둑을 좋아해 일찍부터 바둑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여성바둑인들이 한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이와 같은 대회가 앞으로 보다 많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참석자중 최고 고령자는 서울 오금동에 거주하는 김기상 할머니로 올해 우리나이로 83세.


젊어서부터 바둑을 취미로 두어 왔다는 김 할머니는 기력은 비록 9급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바둑은 이기든 지든 상대와 수담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바둑예찬론을 폈다.


80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의 김 할머니는 "바둑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큰 체력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노인들에게 특히 안성맞춤"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지금보다 한두급 정도 실력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게 웃었다.


김할머니는 이를 위해 얼마전엔 8개월에 거쳐 컴퓨터를 배워 지금은 인터넷 바둑사이트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하영희씨(50)는 "바둑은 배우면 배울 수록 깊이가 느껴지고 무궁무진한 수의 오묘함에 빠진다"며 "아이들도 바둑을 배우면서 침착한 성격으로 바뀌어 이제는 만나는 주위사람들에게 바둑을 배울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유금자씨(48)는 "몇년전 큰 수술을 한뒤 계속 몸이 안좋고 머리도 무거웠는데 바둑을 두고부터 집중력이 높아지고 건강도 회복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바둑은 건강에도 유익한 두뇌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애기가인 남편덕분에 바둑을 배웠다는 경기도 군포의 이윤숙씨(32)는 "바둑을 두면서 남편과 함께 수담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주위의 많은 바둑친구들을 사귀게 돼 좋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 바둑광이다 보니 TV를 보더라도 연속극보다는 바둑TV를 가장 많이 시청한다고.이씨는 그러나 "바둑대회는 물론이고 바둑학원등 바둑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론 지방에도 많은 대회가 열리고 바둑관련 시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92년 제19기 여류아마국수에 오르며 곧바로 입단의 관문을 통과했던 프로기사 윤영선 2단이 최근 중국에서 열렸던 제1기 호작배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대만의 장정핑 초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본대회가 스타탄생의 등용문임을 과시했다.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프로여류국수전(한국경제신문주최)을 3연패하기도 했던 윤 2단은 중국의 장쉔 8단을 누르고 역시 결승에 진출한 박지은 3단과 초대챔피언 자리를 놓고 오는 3월28일 격돌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